신입사원이세요? 우리 캠핑 갈래요?

직장인들이 모여 떠난 1박 2일 캠핑, 수고했어 오늘도!

by 엄지사진관
신입사원, 1년 차, 2년 차 직장인들 우리 캠핑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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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여름 책이 나왔다. 부끄럽지만 내 이름 뒤에는 '작가'라는 호칭도 붙게 되었다.

어색했다.

축구선수 있을 때 남들에게 보이는 것, 관심받는 것이 그저 좋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하나 둘, 나이가 먹어가면서 그런 피상적인 것보다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했다. 책이 나오면 주변에서 "사표를 쓸 거야?"라고 많이들 물었다.

나의 답은 "아니요. 아직은 아니죠"였다.

책이 나오면 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에 나의 고민, 힘든 것을 같이 하고 있을 직장인들과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었다. 다행히 책은 1쇄가 완판이 되어 순수한 저자의 책 인세 비로 떠나는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착한 척 코스프래 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나는 적당히 벌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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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를 띄운 지 3일 만에 50명이 지원했다.

사실 내가 뭐라고.. 오지랖스럽게 지원서를 받아 여행 가고 싶은 직장인들을 뽑은 건 부끄럽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요ㅠㅠ 살려주세요ㅠㅠ"


"지옥 같은 1년을 겨우 버티고 최근에 이직을 했습니다. 이적 때문에 여름휴가 한번 못 다녀온 나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가서 저와 같은 또래의 고민을 가진 분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다들 이렇게 사는 거구나... 현실에 좀 더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꼭 가고 싶어요~~"


"지금은 새벽 2시, 아직 회사예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혼나고 또 혼나서 울음을 꾹 참고 있는 지금.

휴 쉬고 싶어요, 위로해주세요, 함께 이야기하고 싶네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을 거쳐 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비슷한 연차, 혹은 저보다 더 연차가 높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사는 이야기라던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결론으로 행동을 할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글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글 너머로 전해지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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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씨 캠핑가요!"
"헉, 저 당첨되었어요?"

전날까지 야근이라 딱히 프로그램은 준비한 게 없었다.

만나자마자 "크게 기대는 하지 마세요. 대신 즐겁게 놀아요!"라고 말했다.

어색한 자기소개를 하고

하나 둘... 회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처음 보는 직장인들과의 1박 2일 캠핑은 시작되었다.

어색한 만남을 가지며 2시간을 달려왔다. 점심을 먹고, 장을 본 뒤 포천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장은 역시나.. 사진으로 보던 곳 과는 많이 달랐다. 씻는 곳도 별로였고.. 무튼.. 같이 온 일행들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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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행사의 취지를 짧게 말하고, 전날 급하게 만든 기념품을 드렸다.

마땅히 무엇을 선물로 드릴까 하다 수건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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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나의 소개와 인사를 하고

맥주 한 캔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캠핑장은 별로였는데 근처 계곡이 너무 좋았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 나왔는데 이렇게 물이 맑은 곳이 있다니.

아직은 다들 낯설었다. 여름이 끝나는 마지막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 손엔 맥주를 들고

하나 둘.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이야기했던 시간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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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초췌해서 씻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 단체사진을 찍자고 했다.

대학교 MT 다음날에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으로 돌아가 듯이. 조금 말끔 할 때 단체사진을 찍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 이렇게라도 단체 사진을 찍어 놓길 잘했다 싶다.

생각해보면 할까 말까 고민할때는 일단 해보는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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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를 끝내고 텐트에 오니

그림자마저 예쁘다.

잠시 낮잠시간을 가졌다.

캠핑을 주최한 사람이다 보니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어떤 프로그램, 그다음은 어떤 프로그램을

딱딱 준비해 놓아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여행을 왔다고 해서 막 무엇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다들 꿀 같은 낮잠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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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건너편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제주도 온 느낌

추석에 올릴 밤을 따는 모습

할아버지가 밤을 주셨는데 맛은 그다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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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저녁 역시 고기다.

신선놀음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다.

무슨 스페인 음식이었는데 진짜 겁나 맛있었다. 요리 솜씨에 감탄했다.

고기도 먹고, 술도 먹으면서 밤이 점점 깊어 갔다.

서먹했던 사이도 이제는 하하호호 웃는 사이가 되었다.

EOM_4111.jpg 캠핑장의 밤

막 회사 퇴사를 한 인턴의 고민, 1년 차 막내의 고민, 이직한 막내의 고민 등등등

사실.. 딱히 답은 없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그럴 땐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등등

토닥거려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글을 쓰는 순간)아... 내가 너무 말 수가 없었나 싶기도 하다.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그냥 씻고, 친구들 만나 수다 떨거나, 청소를 했거나 그냥 그런 휴일을 보냈을 것 같다는 언니, 직장생활을 하는데 내가 너무 소모품 같다는 동생, 이제 막 퇴사를 하고 또 다른 준비 앞에 막막함과 불안함을 들어냈던 또래 등등...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지났거나, 또는 그 고민을 만날 사람들과의 이야기

즐겁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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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잘 줄 알았는데. 닭이 꼬꼬닭 하고 짓는 바람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누가 잠을 깨웠다면 짜증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오~ 닭소리~", "저는 물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어요" 하며 일찍 일어나 계곡으로 가 세수를 했다.

오전 8시 모두들 기상해 라면을 쏟아부었다.

첫날 장을 볼 때는 별로 안 먹는 것처럼 내숭을 부렸던 사람들이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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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보다 좋았던 건 회사생활하면서 기억에 남을 순간이라는 말이었다.

나 또한 직장인이 된 이후로 이렇게 낯선 만남과 모른 사람들과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서툴기도 했지만, 함께 여행 오기 잘 한 것 같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서로 모르고 지났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지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캠핑장에 누워 별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했던 순간을 잊지 말자고 했다.


다시 한번 <수고했어 오늘도> 책을 구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 여행해준 분들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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