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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Sep 29. 2016

뉴욕 여행의 시작

그런데 왜 뉴욕이에요?

딱히 어떤 생각 없이 뉴욕 티켓팅을 하지 않았다.

그냥 가고 싶었다.

여행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

일이라는 핑계로

그냥 가서 걷기만 해도 좋겠다는 핑계로

그렇게 서른 살 여름휴가날이 왔다.

전날 밤까지 야근을 하고 공항에 오면 이게 여행인지 출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다녀오겠습니다'

팀 카톡방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껐다.

자유다!

뉴욕까지 갈 비행기인데

좌석을 보고 헉했다. 3-4-3의 좌석

빼곡한 좌석. 그러나 만석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니

기내식 냄새가 끝에서부터 전해온다.

내 옆에는 나보다 덩치가 2배나 큰 여자가 앉았다.

12시간 비행에서 옆자리에 누가 앉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서로서로 매너 있게 했다.


이상하게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옆에 커피를 받은 사람은 들썩이는 비행기 때문에 커피를 쏟았고.

나와 내 옆에 있던 여자는 기내식 식판을 왼손에 들고 밥을 먹어야 했다.

샐러드가 눈 앞에서 위아래 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았다.

풉. 이 상황에서도 기내식을 먹겠다는 우리의 모습이 웃겼다.


비행기가 떨어질 수 있겠구나는 불안감이 순간 덮쳤다.

슬펐다.


대체 이 비행은 언제 끝나는 걸까?

12시간 비행 중 몇 시간을 잘까? 비행기를 타면 숙면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예전에는 장시간 비행이라 설레어서 그런가 싶어 맥주 5캔을 먹었는데 어지럽고, 화장실만 가고 싶지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을 새우고 간 적이 있었다. 역시나 비행기에서도 뜬눈으로 보냈다.

잠이 오지 않아 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제는 해탈했다. 12시간 뜬눈도 괜찮아.

보지도 않는 신작 영화를 싹 다 보니. 1시간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기내식

살짝.'오뚝이'라는 한글도 보이고, 썬업도 보이고

기내식을 먹고 움직이지 않으니 사육당하는 기분이다.


마지막 기내식이 나왔을 무렵 기류가 더 심했다.

무사히만 도착해다오.


그림자가 가까워지는

첫 경유지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뒤편에 타고 있으시던 아주머니께서 "혹시 환승을 하세요?'라고 물었다.

"뉴욕 가세요?"라고 하니 다른 지역으로 가신다고 하시면서 환승 게이트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그럼 저랑 같이 가세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 혼자 이 먼길을 오시다니 새삼 대단해 보였다. 아는 언니 집으로 가는 길인데 영어를 몰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며 웃으셨다. 미국 입국심사는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입국 심사에서는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다 알아듣는 말을 했다. 짐을 찾고, 게이트를 지나 또다시 짐을 붙인 뒤

아주머니 게이트를 찾아 드리고 인사를 나눴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인연이지만! 


3시간의 뜬 시간 경유지에서는 막상 맥도널드 빼고는 텅 빈 공항이었다.

다들 자신의 게이트를 찾아가기 바빴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잠이 올 줄 알았는데

몸이 잔뜩 긴장했나 보다. 

디트로이트 공항을 몇 바퀴를 돌아도 피곤하지 않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

무사히 경유를 하고

짧은 1시간의 비행 드디어 뉴욕이 내 눈 앞에 보인다.

(현상을 하고 나서야 알았다. 유통기한 5년 지난 필름이 이렇게 누리끼리한 색감을 보인다는 것을)

아직은 

모든 게

설렌다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맨해튼의 모습.

드디어 내가 뉴욕에 왔다 싶었다.

하지만 짐을 찾고 공항을 바르게 빠져나왔는데... 맨해튼으로 나를 데리고 갈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오후 5시 30분. 예약해놓은 버스는 7시 10분에 온다고 한다.

하..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데. 친구가 우버를 깔아서 오라고 했다.


생각보다 스마트 기기와 친하고 모든 게 빠르게 진행할 것  같지만

굉장히 아날로그와 친숙해서 가입부터 번호 기입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하는구나!'

약속한 우버가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얼른 뛰어가자 

뉴욕 라과디아 공항

뉴욕에 도착한 기쁨보다.

도착하지 않은 셔틀버스에 화가 나서 예쁜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

우버를 타고 맨해튼을 넘어가는 시간 오후 6시


일몰이 시작된다.

맨해튼의 건물들이 붉은빛을 뽐내며 나를 반긴다.

'사진을 찍을까?'라는 찰나

꺼내던 사진기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래,

눈으로 보자 이건 

비행기에서 자지 않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떡실신을 했다.

다음날 아침 

뉴욕 여행의 첫날

숙소 근처였던 103st에서 시작했다.


"10일 동안 뉴요커가 되어보는 거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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