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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Oct 23. 2016

뉴욕 가을 여행,이제는 잊히는 추억

여행을 다녀온 뒤 사진은 언제 다 정리할까?

좋았어? 어때?

나이가 들고,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잘 실감하지는 않지만 
여행을 갈 때면 참 세상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 여행을 갈 때는 지도 하나를 들고 가서 하나하나 어느 블록인지 살펴보기도 하고, 빨간 색연필로 색칠을 해놓기도 했는데
이제는 핸드폰에 지도 앱 하나를 켜고 돌아만 다녀도 나의 위치가 잡힌다.
지구 반대편에서 여행을 하는 실시간의 소식을 가족, 친구와도 공유를 하기도 한다.
물론 여행을 가면 핸드폰을 잘 보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핸드폰을 꺼내 보고 일일이 말하고 싶지 않을 귀찮음까지 발동을 한다.

뉴욕의 거리

시차가 많이 다른 곳에서의 여행은 약간의 피곤함과 시차 적응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지만
짧은 휴가를 통해 왔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1$라는 돈을 낼 때면 1이라는 숫자의 느낌이 작게 느껴졌지만 환율로 따져보니 생각지도 못한 느낌이었다.

뉴욕의 거리

스타벅스, 햄버거 가게, 작은 상점을 지나

뉴욕 워싱턴스퀘어

북적이는 도로를 벗어나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브루클린 플리 마켓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것보다 주말에 열리는 플리 마켓을 더 가고 싶었다.
다시는 오지 못할 곳인데 랜드마크 하나 더 보는 게 좋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나의 여행 습관은 언제나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싶은 공간,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주말에만 열리는 브루클린 다리 밑에 플리 마켓
살까 말까 고민하며 물건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내가 고민한 물건을 사 갈 때의 '아~'하는 탄식과 함께
왠지 구매한 장난감은 "엄마가 이런 거 왜 또 사 왔어! 짐만 되잖아!"라며 소리를 치겠지 

뉴욕 유니언스퀘어 거리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뉴욕의 가을이라고 하는데 무척이나 더웠다.(물론 곧 추워졌다)
청바지에 맨투맨 티 하나 입으며 걷고 다닐 줄 알았는데
메고 있던 백팩마저 던져버리고 싶었다.

아침에 필름 한 롤을 쓰고,
오후쯤 필름 한 롤을 쓰고
생각보다 필름을 빨리 소진할 것 같았는데
눈으로 보는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DSLR로 찍었으면 사진을 더 많이 찍었을 텐데 말이지...

여행이 3일 남았을 무렵
핸드폰, 지도 둘 다 필요가 없었다. 아침부터 일어나 흘러가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물론 위험한 곳은 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학교,
마을에 있는 작은 서점, 직원이 2명밖에 없었던 우체국
지도와 여행책에 나와있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뉴욕'의 진짜 뉴욕이었다.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 파크는 뉴욕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도시공원
막상 센트럴파크에 누워 도시락을 먹을 때는 감흥이 없었는데 사진을 현상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 공원에서 여유를 조금 더 못 부린 게 아쉽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
게스트하우스 예약이 잘 못되어서 졸지에 노숙을 하게 생겼다. 어차피 아침 비행기라 공항에서 노숙을 할까 생각했는데 마침 첼시 쪽에서 폭발사건으로 인해 공항 또한 보안검색이 엄격해지면서 노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것 같았다.


아 그래. 까짓것
나한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서른 살'이라는 단어가 꾀나 아직은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나에게 
고생했다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어플을 켜서 타임스퀘어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물론 혼자 그 방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는 못내 아쉬웠지만 
뉴욕에서의 10여 일 마지막 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한 나 스스로에 대한 벅찬 (스스로를 너무 사랑하는 변태 같은;;) 마음이 들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가방에 한가득 남은 필름을 보며 '어머 이번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나' 싶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으로 느낀게 많으니까

뉴욕 라과디아 공항(La Guardia Airport)

다녀온 지 한 달이 넘게 여행 이야기를 정리를 보는 게
일기장에 적어 놓았지만... 그 느낌 마저 잊혀 간다.
역시나 여행 이야기는 그 순간의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히미하고
흐릿해지지만
분명 좋았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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