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일상이 있었을 뿐
이상하게 피곤한 날이 있다.
그리고 이 이상하게 피곤한 날은
내 마음이 고슴도치가 된 듯
뾰족뾰족 날이 서 있는 기분이다.
이런 날은
삼시세끼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고,
'아 내가 밥 하려고 태어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웃긴 건 아무도 나한테
매끼 밥을 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내가 가진 주부로서의 이상한 욕심 때문에
꾸역꾸역 밥을 하려 하다가 결국
고슴도치의 뾰족뾰족한 바늘은
남편에게 날아가 비수로 꽂힌다. ㅋㅋㅋ (미안)
그 날아간 바늘은 결국 짜증이 되고,
결국 기분이 풀릴 때까지
온갖 짜증을 남편에게 다 내고 나서
배달을 시켜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확실히 배달된 음식을 받아서 먹는 일은 편하고 좋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정말 피곤한 날 한 끼 정도는
주부로서 가진 이상한 욕심을 버리고,
이런 편리함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끼니를 준비하던 아내가 한숨을 쉰다면
'오늘은 맛있는 거 배달시켜서 먹을까?'라고 말하는
남편의 센스가 상당히 중요하다(별표)
결혼 7년 차의 노하우기도 하다.
인생 38년 차,
결혼 7년 차의 나는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한다.
인생의 큰 대의는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결혼 생활을 함께한 시간 속에서
삼시 세끼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함께 밥을 먹었던 시간들이
분명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
(불면증 없이) 저녁에 잠들고,
(무탈하게) 아침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고,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
산책하는 일상과
거창하진 않아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
'놀기도 참, 잘 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
쓰고 보니 더욱더
인생은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가는 것
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든다.
오늘은 꼭 든든한 저녁을 지어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