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긁을때마다 하는 생각
남편은 가끔씩
로또나 즉석복권을 구입하곤 한다.
그 주 토요일에 바로 로또를 맞춰보거나
즉석복권을 바로 긁지는 않고
월동 준비를 하는 다람쥐가
도토리를 하나둘 모으는 것처럼
그렇게 한 장 두 장 복권을 모아놓는다.
어느 날은 궁금해서 남편에게
"복권을 왜 바로 확인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그때 돌아온 남편의 대답
"퇴사하고 싶을 때 확인할 거야"라고
나름 자기 딴에 진지하게 대답했지만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럼 지금 바로 확인하는 게 낫지
당첨되면 바로 퇴사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맞받아쳤지만... 그의 (무)논리를 이길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퇴사하고 싶은 날이면
남편이 고이 모아놓은 복권 중
로또는 양심상 남겨두고
즉석복권을 긁는다.
남편 몰래 아니고 당당하게 긁는다.
즉석복권을 긁으면
운 좋을 땐 10장 중 절반이 천 원씩 당첨되기도 하고,
이천 원, 삼천 원이 당첨돼 본전 치기를 할 때도 있다.
but... 열에 아홉은 본전 치기도 못한다.
이날도
남편이 모아놓은 즉석복권 8장을
거실로 들고 나와
복권 긁기 전용 500원짜리 동전으로
필요한 부분만 쓱쓱 긁었다.
(남편이 말했다 고수는 전체를 긁지 않는다고)
결과는 딸랑 천 원!
아직까지
즉석복권과 로또로 일확천금을 얻은 적은 없다.
앞으로도 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12년 전 남편을 만나 나의 운 절반을 사용했고,
8년 전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나의 운 절반을 사용했다.
(이건 좀 아깝다... 기도할 때 절반의 절반만 사용한다고 말할걸...)
그래서 현재 나는
로또급 남편을 만나 아주 잘 살고 있고,
즉석복권 급? (맞아?) 직장에 들어와
사회생활을 나름 잘하고 있다.
복권을 확인한 날이면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는 이미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내 보물 나의 로또 남편,
그리고 삼시세끼 맛난 걸 사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게 해주는 경제력과
안정감과 가끔씩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의 직장.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진짜 찐 로또는 안 맞았지만
지금 이 정도의 삶도 나름 풍족하다 여기며 산다.
그래도 찐 로또 함 와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