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 내려도 됨

어느 운수 좋은 날

by 덕키

산책을 하다

깨끗한 길가에 쓰레기 하나가 나뒹굴고 있어서

'으... 지나칠까? 주울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누군가 먹고 휙~ 버리고 갔을

작은 젤리 봉지를 하나 주웠다.

원래 가려던 길을 조금 벗어나

공원 내에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통을 향했다.


쓰레기통에 젤리 봉지를 버리는 순간

내 귓가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감사합니다‘


공원을 관리하시는 분이

어느새 쓰레기통 옆에 서계셨다.


‘언제부터 나를 보고 계셨던 거지? 혹시 쓰레기를 주울까 말까 고민하던 그 모습부터 0.0!!!’


어찌 됐든

깨끗한 길거리에 오점처럼 버려졌던

쓰레기를 주워 버렸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쩐지 나의 발걸음이

마치 빨간 구두를 신은 아가씨처럼 신났다.


어느 날 퇴근길

내가 일하는 기관 앞에 서성이는

중년의 남성분이 계시길래

나는 지나치지 못하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어떤 곳인가 궁금해 보고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곤 빙그레 웃으며

‘좋은 퇴근길 되세요'라고 말했다.

분명 별말이 아닌데... 퇴근길에 설렌 건지...

그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퇴근길 나의 마음은

해가 지는 핑크빛 하늘만큼 발그레졌다.


내 앞가림을 해나가는

어른의 삶을 살수록,

사회생활을 할수록

방어적인 태도가 공고해지는 느낌이

가끔씩 들 때가 있다.

마치 나무가 자랄수록 나이테가 생기듯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하려는 방어막이

한 겹 한 겹 쌓이는 느낌이랄까.


산책길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은 날과

퇴근길에

'좋은 퇴근길 되세요'라는 말을 들은 날은


꼭 이렇게까지 방어적으로 살 필요는 없겠구나

긴장을 좀 풀어도 되겠구나

유연하게 순간을 보내도 되겠구나와 같은

몽글몽글한 마음이 샘솟는다.


가끔은

올렸던 가드를 내려놓는 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