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치

끝끝내 우린 행복해질 수 있을까

by 덕키

역치(閾値, threshold)

: 어떤 현상이나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강도(한계)

: 생물학에서는 자극에 반응하기 위한 최소 자극 세기, 심리학에서는 감각 지각의 최소 차이(절대역·차이역)


이상하게 몸이 천근만근이고,

이상하게 유독 회사에 더 가기 싫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아침부터 스스로에게

‘당근'을 줘야 함을 감지한다.

이런 날 나의 당근은

아침 출근길에 사 마시는 커피 한잔이다.


단돈 5천 원의 행복.


커피 한잔을 사서

회사로 걸어가다 고소한 커피 냄새에

참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뚜껑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나도 모르게 '아 ~ 진짜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는 행복의 역치값이 낮은 사람이라

행복하다는 기분을 자주자주 느끼는 편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인지 불행까진 아니더라도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일 때면 나만의 당근을 꺼낸다.


이 당근은

커피 한잔이 되기도 하고,

좋아하는 맛있는 빵이 되기도 하고,

산책이 되기도 하고,

일과를 모두 마친 후 자려고 누운 잠자리의 포근함,

보고 또 봐도 좋은 책이나 영화가 되기도 한다.


조금 비싼 버전의 당근도 있는 데

바로 ‘여행’

이건 장기적으로 보장되는 행복을 위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내 생일즈음엔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 겸

일 년을 잘 보내고 있고,

남은 일 년도 잘 보내자는 응원의 의미에서

제주도 올레길 여행을 떠난다.


생일 한 달 전에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해 두면

여행을 떠나는 그날이 오길 기다리며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을 쌓아나간다.


일이 휘몰아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비싼 당근을 꺼내드는 것이다.

'며칠 뒤면 나는 제주도로 떠난다. 그러니 끝판왕을

깨고 간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느낌으로


이 시험만 합격하면

이 직장에만 들어가면

이것만 소유할 수 있으면

이만큼만 돈을 번다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수많은 전제들


수많은 전제들이 해결된 뒤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해도

이 전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흘러 보낸 시간들 속엔

정말 행복한 순간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오늘 보낸 하루 중에

미처 발견하진 못했지만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끝끝내

바라던 완벽한 행복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보물찾기 하듯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나만의 당근’을 찾아보자


확실히

행복은 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