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복숭이에 대하여2

이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by 덕키

알람이 울린다

비몽사몽 알람을 끈다

출근 준비까지 30분은 더 잘 수 있는 시간이다.


일부러 알람 시간을 여유 있게 맞춰놓는 이유는 바로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집 털복숭이 때문이다.


자고 있는 털복숭이를 천천히 들여다본다.

깨어 있을 때는 가만히 관찰할 시간을 안 주기 때문에

유일하게 이 시간만이

우리 강아지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쩜 이렇게 무해하게 귀여울 수 있을까'

'윤기 나는 검은색 작은 코로 벌렁벌렁 숨 쉬는 것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아직도 젤리 같은 발바닥도 너무 귀엽고,

고소한 냄새 폴폴 나는 것도 귀여워...'


관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의 진짜 기상시간에 가까워진다.


이 관찰의 최대 단점은

안 그래도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 더 힘들어지고,

회사에 너~~ 무 가기 싫은 마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털복숭이와 나 둘만의 꼬순내 나는(실제로도 남)

지금 이 순간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자고 있는 우리 털복숭이를 보며 다짐한다.

'언니가 끝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해 줄게'


털복숭이에 대한 나의 이런 마음을

어떻게 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예전에 참 좋아했던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한 마리의 생선을 뼈째 모두 먹어봐. 그러면 참된 ‘맛’을 알게 될 테니.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한 권의 책을 글자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보렴.

그러면 참된 ‘재미’를 알게 될 테니.
많이 사랑할 필요는 없어. 단 한 사람을 마음껏 사랑해 봐. 그러면 참된 ‘사랑’을 알게 될 테니."

- 다카하시아유무 <LOVE&FREE>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의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마음껏 사랑을 줄 수 있고,

나에게 참된 사랑에 대해 알게 해 줄 '대상'이 있다 점이

다시 한번

‘내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하고,

남은 나의 생애 대한 안도감 마저 들게 한다.


우리 털복숭이 강아지는

내가 어떤 상태이든 어떤 모습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는냥

자신의 엉덩이를 내 몸에 턱 붙이며

뜨거운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사랑을 마구 보낸다.


나 역시도 이번생에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우리 털복숭이 강아지를

끝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책임지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거대한 인생의 목표는 없다.

꼭 이뤄야 하는 인생의 목표도 없고

하루하루를 평안하게 잘 보내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인 삶에

'사랑'까지 있는 삶이라니...

이번생은 이미 완성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