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지없이 꽃을 피워낸 너에게
지난주부터 꽃몽오리가 올라와
필 듯 말 듯하던 우리 집 화분 "꽃분이"가
아침에 보니 활짝 피어있었다.
작년 사진첩을 확인하니
4월 8일에 활짝 피기 시작 했는데
올해는 일주일정도 빠르게 핀 셈이다.
"꽃분이"라 불리는 우리 집 화분을 소개하자면
바야흐로 2020년 3월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얻었었을 때
친정엄마가 선물해 준
화려한 색상의 소유자인 철쭉 화분이다.
크기도 커서 당일 용달차로 배달이 왔었다.
모노톤을 선호하던 당시의 나는
꽃분이가 신혼집 거실로 들어오는 순간! 뜨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이랑 안 어울려.…..
촌스러워 ㅋㅋㅋ 북한에나 있을법한 꽃 같아 그냥 엄마가 가져가서 키워"라고
마음의 소리로만 남겨뒀어야 하는 말을
엄마에게 내뱉었지만
30년 이상 이런 유별난(?) 딸에게 단련된
엄마의 귀엔... 허공의 메아리 일뿐…
그리하여 꽃분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으로
현재까지 우리 부부와 함께 잘 살고 있다는
그녀의 스토리.
꽃분이는 총 세 번 삶의 터전을 옮긴 것으로 추측된다.
첫 거주지는 화원이었을 것이고,
두 번째 거주지는 용달차에 실려 도착한
우리 부부의 발코니 확정형 아파트.
세 번째 거주지는 영구이사 이삿짐 차에 실려
우리 부부와 함께 이사 온 베란다형 아파트.
꽃분이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땐
이름처럼 정말 화려한 색으로 활짝 핀
철쭉들이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다음 해엔 세 송이 정도 폈었나?
그리고 또 다음 해엔 한송이?
꽃분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져 갔다.
그리고 꽃분이의 세 번째 거주지이며
현재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두 번째 신혼집은 베란다가 있는 옛날 아파트다.
이곳으로 이사 온 이듬해
꽃분이는 처음 용달차를 타고
우리 신혼집으로 왔을 때의
그 화려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부부 또한 잊고 지냈던 꽃분이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참으로 신기해했다.
발코니 확장형과 베란다형,
신축과 구옥,
일조량의 차이,
처음보다 많이 늘어난 식물,
새순이 필 때쯤이면 힘내라고 꽂아준 영양제,
꽃분이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름 추측해본다.
"꽃분이"
어쩌면 이름을 지어준 순간부터
촌스럽든 어쩌든 간에 잘 돌보고,
잘 길러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지금까지도 잘 키우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다시 또 새순이 돋고, 꽃 몽오리가 생기고, 꽃이 피고
그리고 또 꽃이 지는 순리에 맞는 삶.
오늘 아침
활짝 핀 꽃분이를 보고
'순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생을 살다가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땐
조급해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 내버려 둘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겠구나
나의 식물친구,
꽃분아
너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