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와 EYWA : 엘로힘과 워즈워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시리즈

by 브렌다

2025년 12월 17일 한국에서 개봉한 아바타3는 판도라 위성을 개척하려는 인류와

그들에게 맞서 행성과 본인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나비족의 갈등구도를 담고 있다.

대다수의 나비족은 에이와 사상을 기반으로 자연주의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

에이와(Eywa)는 판도라의 여신으로 나비족에게 위대한 어머니라 불리는 신앙의 대상이다.

에이와는 적어도 영화에서 등장한 유일한 신앙이고 동시에 유일신이라는 점에서

레반트-팔레스타인 지역의 엘로힘 신앙에서 컨셉을 따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엘로힘, 아도나이, 여호와 등 그 유일신에게는 다양한 이름이 있는데

에이와 또한 상기한 이름들과 이질감이 없다.

여호와라는 이름이 후대에 지어졌고 발음하는 법과 스펠링이 해독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에이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유사하게 재생성한 이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3편에서 그레이스 박사의 단성생식으로 태어난 키리는 대놓고

인간 아버지 없이 마리아의 육체를 말미암아 태어난 예수가 떠오르는 등장인물이다.

또한 키리가 숨을 쉴 수 없던 스파이더에게 기적을 행하여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은

갈릴리에서 축귀와 오병이어 등 다양한 기적을 행했던 신약의 예수 모습과 흡사하다.

키리는 에이와와의 대화가 더 이상 불가능했던 시점에서 에이와가 자신을 버렸다며 절규하는데

이 또한 신약 마태복음 27장 46절에 기록된 예수의 유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하나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것이다.


그러나 아바타 시리즈 속의 에이와는 성경 속 일관되게 등장하는

‘인류를 닮았고 인류를 항상 사랑하는‘ 하나님의 존재와는 상이되는 부분들이 있다.

망콴부족의 간절한 외침에는 응답하지 않았고 그들의 삶이 터전이 무너지는 걸 방관한다.

(물론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처럼 망콴들에게 죄악이 있었을지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인류라는 직접적인 외계존재의 침략에도 극적인 순간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구약에서는 어린양을 통한 제사, 신약에서는 기도라는 행위를 통해 소통하는 하나님과 달리

에이와는 판도라의 생명체들에게 달린 신경 단말 ‘쿠루’를 통해 소통한다.


에이와는 관념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의식‘이 분명 하나 그 실체는 모호하고

판도라의 생명체들과 상호작용하는 행성 그 자체의 의지에 가깝게 묘사된다.

에이와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기존의 종교가 아니라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자연관일 것이다.

워즈워스는 자연이 무생물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워즈워스의 자연관에서는 생명이 없는 돌조차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행성에 있기에 살아있는 존재다.

이는 판도라 전체를 관통하는 생명 네트워크인 에이와 사상과 거의 동일하다.

워즈워스는 자연을 도구로 보지 않고 자연 앞에서 겸손한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며

죽음은 소멸이 아닌 대자연으로의 회귀이므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비족은 워즈워스의 이상적 인간상에 가장 부합한 존재들이다.

자연을 정복하지 않고 공생하며 죽음이 에이와로의 귀환이라 믿는다.

워즈워스가 비판한 산업문명적 대상이 영화 속 인류 정복자들이라는 점에서 이 대비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바타시리즈 내내 외계종족인 나비족이 이상적인 인간상의 모습을 보이고

도리어 인류는 파괴적인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워즈워스의 틴턴 사원 서정시에는

‘자연 속에 흐르는 어떤 살아 있는 정신이 모든 사물 속에 스며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콘키스타도르적 태도를 가진 영화 속 인류와 영화 밖의 인류에게

나비족이 전하고 싶은 가장 뼈 있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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