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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Jan 18. 2023

사계절을 보낸 후

23년 1월 첫째 주 기록

20230109

사계절이 무척 빠르게 지나갔다.

제철 채소로 매월 다른 커리큘럼을 올리며 한 달 한 달 채우니 사계절 끝자락이다.

1년간 달마다 오신 수강생도 계시고 한번 오신 뒤 친구나 가족을 데리고 오기도 하고 지난여름에 오셔서 연말에 다시 뵙기도 하였다.

다음 달에 오시건, 2달 뒤에 오시건, 6개월 뒤에 오시건, 언제든 재방문은 감사하고 가슴 벅차다.

일 년을 맞이하여 작은 선물과 쪽지를 준비했고 1월에 오시는 분들께 하나씩 드리기로 했다.


왜 캐롤이라는 닉네임을 쓰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1년 중 가장 특별하고 넘치게 설레며 보내는 날이 크리스마스다. 어릴 적 천장까지 닿는 트리를 부모님과 함께 만들고 우리 삼남매의 의견을 반영한 메뉴를 엄마는 뚝딱뚝딱 맛있게도 만들어내셨다. 신나는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하면 그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트리 밑이나 머리맡에 걸어놓은 양말 옆에 선물이 놓여있다. 아마도 밤 사이 산타가 다녀간 게 분명하다며 꽤 오랫동안 우리의 동심을 소중히 지켜주셨다.

그래서 나에겐 크리스마스 하면 가족이고 어릴 적 사랑 넘치게 보낸 그날은 나에게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기억이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된 후, 가슴 벅차게 행복한 날마다 마음 한구석 그러지 못한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아이들, 겨울이 되면 유달리 더 춥고 외로울 아이들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잔뜩 사고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고 냉장고에 먹을거리가 꽉꽉 들어차 냉털 요리라며 냉장고를 비워내고 또 채우고 통고기를 덩어리로 들고 뜯어먹는 콘텐츠들, 음식을 쌓아놓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듯한 콘텐츠들까지,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통은 갈 때마다 버려진 음식들이 쓰레기로 넘쳐난다.

그러나 한쪽 옆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먹을거리가 없어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동빈곤 문제가 생기고, 선택권도 없이 태어나버린 생명에 인간의 기본권을 짓밟는 아동학대가 계속해 일어난다.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며칠몇 달을 마음 아프게 보낸 순간이 나만의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동인권보장에 대해 사회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그랬다. 넘치게 받고 있는 사랑을 나만 손에 쥐고 나만 잘 살아내겠다는 것이 조금은 우스운 모습으로 느껴졌고 스튜디오 1년을 맞이해 오시는 수강생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이지만 자축하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일에 동참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분명 몇 년 전보다 나의 상황은 나아졌다. 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가고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은 사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어른이라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을, 나는 혼자서 슬퍼하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난다고만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좀 더 집중되고 있는 부분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만물이 지구 안에서 존중받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 자리에서 해나가는 것.

나는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참 했다.

우선적으로 이번해부터 아동 빈곤, 아동 학대 등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기후원을 하기로 했다.

몇 년을 하다가 중간에 부담이 되어 후원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싫어 어떻게 하면 평생 적게라도 정기후원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1월 1일부터 비건을 시작했다.

평소 육류, 가공품 소비가 꽤 있었기에 한 달에 드는 육류, 가공품 소비를 빼서 정기후원 금액으로 넣으면 원래 나가는 돈이었으니 평생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엄격한 비건은 지킬 자신이 없어 플렉시테리언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플렉시테리언은 평소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지만 육류를 허용하는 날도 있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다. 방대한 축산업에서 오는 환경문제, 동물복지, 건강관리를 위해서 우리는 육식을 줄여 저탄소식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채식 위주의 마크로비오틱 식사를 하고 동물성 식품은 해산물, 어류, 유제품을 허용하되 최소한으로 줄이고 육류는 대부분 섭취를 안 하지만 때에 따라 먹는 것으로 정했고 점차 제한을 늘려갈지 지속을 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의 가치관은 계속해 바뀌니, 더 멀리 미래의 나는 모르겠다.

매일매일 식단을 쓰고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동물성 식품을 섭취했는지. 일주일을 기록하고 매주 월요일 이곳에 옮겨 기록해 둘 생각이다.

조금은 더 바쁘고 부지런하게 1년을 보내게 되겠지만 꾸준하고 정확한 기록은 보다 더 선명한 과거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금 더 쓸모 있는 일들이 쌓이길 바라며.


*B(아침), L(점심), D(저녁) 으로 기록


1월 첫째 주

1/1  (엄마와 새해 기념 외식을 했다)

B: 현미밥 한살림 멍게젓, 김, 당근 볶음

D: 초밥


1/2 (한살림 식품가공 위원회)

B: 비빔밥(+달걀프라이), 커피, 연근칩, 감, 브라우니(유제품, 달걀)

D: 잔다리 두부, 비건 백김치, 귤 1개


1/3

B: 삼년번차

L: 현미팥밥, 무찜, 유부말이, 콩고기 가라아게, 바냐 카우다 버섯볶음

D: 버섯 현미 파스타(소스: 토종간장, 발사믹, 올리브오일), 사과 1/2, 행복드림 동물복지 무항생제 우유 1/2잔


1/4 (오랜만에 회사 동료를 만났다)

B: 삼년반차

L: 현미팥밥, 콩고기 우엉 볶음(뿌리채소 우스타 소스), 루꼴라 샐러드(두유요거트+올리브오일+후추+화발), 맛국물 무찜

D: 초밥, 커피, 디저트(노비건)


1/5

B: 삼년반차

L: 당근 샐러드 샌드위치, 배추 미소 파스타, 커피

D: 감자 1알, 현미바게트 2조각, 올리브오일, 사과즙



1/6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았다)

B: 삼년반차

L: 큔 비건 카레, 단호박 수프, 무 그라탕

D: 가지 두부 튀김(가쓰오부시), 전복 파스타, 해물 토마토 스튜


1/7

B: 삼년반차

L: 저온숙성 빵, 당근 샐러드, 메쉬드, 브로콜리 샐러드, 배추찜 샐러드, 커피, 비건브라우니

D: 봄동전


1/8

B: 녹차, 계란프라이, 현미팥밥, 김, 당근볶음, 비건김치

D: 비건 마라탕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식습관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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