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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Jan 19. 2023

슈톨렌에 대한 생각들

23년 1월 둘째 주 기록

20230119

12월은 너무 바빴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마크로비오틱 채식 요리를 강의하고 있지만 강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으로 마크로비오틱 학교도 다니고 있고 지난해 출판사와 계약해 작가로서 원고도 쓰고 있다. 틈틈이 제품 협찬 홍보를 하고 나름대로 소규모 활동도 하고 외부강의, 영어 일본어 화상 수업을 듣고 올해 전기부터는 식품 관련 대학원도 다니고 채소요리 유튜버로 영상도 만들고 있다.

나보다 훨씬 더 바쁜 사람들도 있고 그 와중에 아이도 키워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하루 완벽히 할 일을 마친 적 없이 늘 찜찜하게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며 새벽에도 중간중간 깨 스케줄표를 확인한다. 친구가 잠은 언제 자냐며 묻는데 그래도 강의를 1년 돌려보니 마음에 한 칸 여유가 생겨 미팅이 있어 서울에 갈 때면 지인들을 만나는 시간도 한 달에 한번 정도 내본다.


오늘 문득 지난 강의를 생각해 보니 올해 12월에는 이 품목을 빼던지 아니면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톨렌은 럼에 숙성시킨 건과일을 넣어 만든 반죽에 마지팬을 넣고 접어 구운 뒤 녹인 버터를 끼얹고 설탕에 굴린 뒤 슈가파우더를 잔뜩 묻힌다.

3-4회 슈가파우더를 묻히고 랩으로 돌돌 말아 숙성을 시켜 먹는 크리스마스 빵이다.


수업에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건 어쩔 수 없어하며 랩을 주욱 뜯어 불합리한 타협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자책감, 직업에 대한 무책임함이 뒤따른다. 겨우 한 번인 상황이 최소 하루 한 번이라고 하면 한 달이면 30번일 테고 나와 같은 사람이 10명이 모이면 한 달에 300번, 일 년이면 3600번의 무책임함으로 유한한 자연을 무한히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편리함과 발전한 모든 산업들을 내려놓고 자연을 위해서만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피해가 최소한으로 가고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하는 것이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이다.

그리고 당장의 내일의 식탁에 영향을 주는 나와 같은 직업의 종사자라면 당연히 예민하게 다가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먹고사는 게 제일 기본이고 어쩌면 전부다. 남들만큼 먹고살려고 혹은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살려고 아등바등 달리고 있는 거 아닐까.


연말은 특강으로 기획해 일 년을 기념하며 케이크이나 쿠키류를 포장해 나간다.

오시는 수강생분들도 즐겁고 기획하며 함께 연말을 장식하는 것도 나에게는 매우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받으실 때마다 선생님 너무 예뻐요, 강의 와서 선물도 받아가고 너무 좋아요 하며 연신 찬사를 받지만 쓰레기를 감당하는 것은 자연이다.

포장지, 포장끈, 장식으로 달리는 택이나 픽, 스티커들을 하면 한 제품에 최소 5가지 정도의 버려지는 쓰레기는 덤이다.

포장 재료를 그 자리에서 버리지 않고 다음에 한 번을 재사용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쓰레기통으로 간다.

12월은 정말 많은 수강생분들이 다녀갔고 최소 인원 3인으로 진행하는 내 작은 스튜디오는 원하는 수강생들이 있어도 받을 수도 없기에

이번달은 아쉽게도 받지 못한 수강생이 배는 되는 것 같다. 거추장한 기획덕에 기쁘고 감사하고 바빴지만 스스로 생각해 보면 마크로비오틱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맞는 커리큘럼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년에 다시 비건 슈톨렌을 연말에 진행한다면 숙성을 하려고 둘둘 말은 랩과 포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또 한 가지, 올해는 조금 더 탄력적으로 가기 위해 랩과 비닐, 호일 등 일회용품의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캐롤의 채소식탁에서는 재사용 실리콘 지퍼백과 종이봉투, 보관용 통, 면포 등 일회용품을 대체하여 사용 중이다. 사탕수수 비닐(생분해 제품은 아님, bio-pe제품으로 소각 시 환경오염 감소 및 유해물질 감소 인증제품 )도 있지만 어찌 되건  쓰레기니 아주 최소한으로 사용하려 한다. 그러니 안내드린 대로 포장용기 가져오시고 비닐 제공 요청 안 하셨으면 좋겠다. 베이커리류는 종이봉투라도 드릴 수 있지만 그것도 쓰레기니.. 불편함이야 알지만 거절하는 어려움도 알아주시면 좋겠다.


조금 더 성숙한 강의로 자리 잡길 바라며.


*B(아침), L(점심), D(저녁)으로 기록


1월 둘째 주 플렉시테리언의 식단

1/9

B: 삼년반차

L: 고구마, 현미빵 3조각

D: 비건 버섯 국수, 귤 1개


1/10

B: 삼년반차

L: 비건 현미빵 2조각, 비건크림치즈

D: 굴전, 귤 2개


1/11

B: 삼년반차

L: 1월 수업, 오르조 커피

D: 들깨 옹심이(비건)


1/12

B: 삼년반차

L: 1월 수업, 커피

D: 들깨 옹심이(비건), 사과


1/13

B: 삼년반차

L: 1월 수업

D: 시래기 밥과 시래기 된장국(멸치육수)


1/14

B: 삼년반차

L: 비건 스콘, 비건 단호박 얼그레이 잼

D: 편의점 떡볶이


1/15

B: 삼년반차

L: 두부 버무리 샌드위치, 발효채소

D: 옹심이(비건)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식습관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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