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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Sep 19. 2015

9/642 : 물건을 도둑맞는다면

9번째 질문에 대한 두가지 답.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이 될  듯합니다.




아홉 번째 질문. 내가 도둑맞은 물건.


1. 도둑 '맞았던' 물건

  아주 어렸을 때, 서울시 영등포구 어디쯤에 살고 있었던 그 시절에 집 앞에 잠시 주차도 아니고 정차해두었던 세발자전거가 집에서 용무를 보고 나왔는데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내가 기억하는 인생 첫 도난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 뒤로도 평안한 삶을 영위한다 싶을 때마다 일이 터지곤 했는데 우스운 것은 빈도 수로 볼 때 자전거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어린 시절 세발자전거 이후로 국민학교 입학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의 기간 중 두발자전거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고, 청소년기 나의 것이던 가변기어의 자전거마저 어느새 타인의 것이 되어 내 곁에서 사라졌다. 내 자전거만 유독 사라지는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물건 아닌 금전적인 예도 있다. 나름 착하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닥친 위험이었으리라. 서너살 정도 많아뵈던 형님들, 금전이 필요하셨던 모양. 20여년이 지나고 내게 '빌려간 혹은 꾸어간' 그 돈들은 어디로 간걸까? 물가와 이자를 고려한다면 온 가족이 명절에 크게 한 끼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을 금액인데. 모르긴 몰라도 두 번의 대출 사례 속 형님들은 다른 분들이셨을테고 아마 지금은 주머니에 잔돈 깨나 가지고 다니실텐데 말이다.



2. 도둑을 '맞을 것 같은' 물건

  소년이 아닌 지금의 나에겐 도둑맞은 물건에 대한 회상보다 왠지 그럴 것 같은 물건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물론 금전적이거나 값어치 있는 물건이겠지만, 그 중 값어치 있는 물건에는 또 다른 기준이 있다. 나의 것을 탐하는 그 자의 보는 눈.

  예를 들어보자. (비록 내겐 없지만)고가 브랜드의 누구나 다 아는 시계라던지 디지털카메라 따위의 물건은 그냥 그렇다 쳐도 과연 그들이 오래되고 먼지가 쌓인 필름카메라나 필름을 노릴 가능성은? 아끼는 필통 속의 글씨가 제법 잘 써지는 내 펜들은? 이제는 7년이나 지나버른 낡고 버튼조차 제대로 눌리지 않는 워크맨 MP3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물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싶다.



'도둑맞은 물건'이라는 아홉 번째 질문을 보면서 '도둑맞을 것 같은 물건들'이 그 자리에 잘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봤다. 그리고 이렇게 풀어써봤다.




2015년 9월 5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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