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omDK Sep 29. 2015

13/642 : 증손자에게 가는 편지

물려줄 물건과 편지.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이 될  듯합니다.




열세 번째 질문. 언젠가 증손자에게 물려줄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


1. supposition(가정) : 한 세대가 30세 정도(나)라고 치자. 2세대가 서른이 되면 나는 60세, 3세대가 서른이 된다면 나는 90세가 될 것이다. 증손자는 4세대일 테니 나의 나이는 120세 혹은 끝.


2. object(물건) : 최소한 6-70년이 지난 후에도 쓰임새가 있는 물건이라? 대개 필카의 재등장 배경이 ‘아빠가 사놓고 장롱에서…’ 임을 감안한다면 식상할 수도 있다. 샤프나 펜 따위의 필기구? 시계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 카메라? 안경테? 안경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4년의 화폐?


3. material(준비) : 깨끗하게 세척한 유리병과 펜, 편지를 쓸 종이와 1만 원권 1장.


4. method(방법) : 편지를 읽고 시키는 대로 해볼 것.


5. the letter fromDK to K : 현재의 만원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작은 미션을 하나 주려 한다. 부모님에게 만원의 가치만큼 용돈을 받아서 밥을 사먹고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증손자에게 보내는 너만의 미션이 담긴 편지를 써보기 바란다. 지금의 내가 만원의 가치(효용범위) 내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이. 일을 하고 있다면 주중에 하루의 시간을 얻어 만원을 가지고 그 시간을 만끽해보기 바란다. 나와 같이 글쓰기를 해본다던지 혹은 생각할 시간이나 돌아볼 여유를 반원으로 사보기 바란다.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만원으로 샀었던 그 날 네가 느낄 수 있었던 점들을 같이 나눠보기 바란다. 필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유리병을 채워서 100년쯤 후에 열 수 있도록 너의 증손자에게 물려주기 바란다.



2014.11.26. 

이 편지를 읽을 증손자에게.  




2015년 9월 19일에 쓰다.

매거진의 이전글 12/642 : 7일 만의 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