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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Oct 02. 2015

14/642 : 내가 본 내 모습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해보자.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이 될  듯합니다.




열네 번째 질문. 당신이 마치 책 속의 인물인 것처럼 자신의 외모와 성격을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라.


  그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사람이다. 적당한 곱슬머리에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홑꺼풀 눈을 안경으로 가리고는 무언가를 두리번 거리며 쳐다본다. 자주 웃는 편이 아닌지라 표정이 항상 굳어 보인다. 어머니에게 지적을 받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모양. 아마도 웃을 일이 적다거나 웃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그리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크지도, 유별나게 작아 보이지도 않는 그저 그런 키에 남자 치곤 제법 작은 손과 발을 가졌다. 몸집도 그리 우람하거나 비쩍 마르지 않은 사람. 본인은 작은 손과 발을, 손등을 자신의 매력포인트라고 우기고 다닌다. 하하하, 우습다.


  그 남자는 유별난 사람이다. 극단적이진 않지만 마음도, 기분도 쉽게 바뀌는 타입. 딴에는 둥그렇게 살아보려고 항상 노력하는데 역시나. 우습다.

  흥미가 동하는 일은 찬찬히 따져보고, 준비해서 도전하는 편이더라.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제법 느긋하게 준비하는 편인 것 같다.

  음악적인 취향이라던지 취미, 하는 행동거지를 가만히 지켜본다면 누구나 그 사람은 시끄러운 곳과 산만한 것을 싫어한다는 것 쯤은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엔 글쓰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은데 안되면 딴 짓하고 펜 돌리고 일하다 지연되면 책상을 손으로 톡톡 친다. 지치면 졸기 일쑤.

  머릿속 어떤 일에 불이 붙으면 바로 움직이는, 깨어나는 요상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20년 이상 지켜볼 수 있었으므로. 기다림과 관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더 늘어놓을 좋은/안 좋은 이야기도 많지만 이 정도만 펼치도록 하자.

  그 남자는 제법 괴팍한 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2015년 9월 19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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