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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Oct 06. 2015

15/642 : 손에 쥐니 안 쓰게 된 물건

그래도 갖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지.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 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 대로 수정한

혹은 노트에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며 쓰는

'세 번째 수정본'이자 '네 번째로 쓰는 글',

'다시 읽고 써보는 글'이 될  듯합니다.




열다섯 번째 질문. 정말 갖고 싶었는데 막상 자고 나니 사용하지 않는 물건.


1. CD 플레이어

  책상 위에서 잠든지 반 년도 더 지난 것 같다. 수납장에는 먼지가 쌓인 CD도 같이 잠들어 있다. 메모리카드나 USB로도 들을 수 있고 아이팟을 꽂아도 재생되는 나름 좋은 모델. 쌓여버린 사진집과 펴지 않은 책이 만든 벽으로 인해 조종이 불가능해져 버린 리모컨과 세트로 되어있다. 종종 플레이어를 켜면 ‘진짜 여유’를 즐길 수 있는데 내 방 의자나 침대에 걸린 채 좋아하는 가수의 철 지난 음반을 느긋하게 감상하면 좋다. 생각만으로도 나른해지는 장면. 첫 번째 슬픈 물건이다.


2. 태블릿 PC

  신중했지만 동시에 파격적이었던 작년  이맘때 쯤의 블랙프라이데이에 얻은 아이템. 문서를 타이핑한다거나 사진을 고친다거나 감상한다. 스케줄 정리를 하고 노트 메모... 까지를 계획하고 구매한 나름 철저한 상품이었지만 커다란 전자 메모장이 되어버린 비운의 아이템. 왜 인고하니 아무래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필요한 작업이 많이 생기는데 구비하지 않아서. 터치펜은 있지만 그만큼의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아서기 때문이 아닐까? 안 쓰는 물건은 아니지만 슬픈 두 번째 물건. (그래서 따로 부여한 역할이 바로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작성하는 것!)


3. 카메라

  지금도 양적으로는 충분한 상태지만  여전히…이며 좀 더… 인 물건이 카메라다. 그게 디지털이건 예전의 필름이건 중요하지 않다. 요즘엔 오히려 필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 사실 이전에도 카메라를 한 두개 만졌지만 ‘내가 산’ 물건이 아니므로 열외를 하면 6대 정도(14년 12월 기준 ; 지금은 디지털 4, 필름 5)를 가지고 있다. 현재 나는 총 9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굳이 나열하자면 SLR 필름 카메라가 둘, 하프 SLR 필름 하나, RF 필름 둘, DSLR 하나, 미러리스가 둘, 똑딱이가 하나다.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매번 쓰는 것은 정해져 있는 편이라 처분하기도 애매한 (그렇지만 다 치우라고 하면 한 두개 남기고 충분히 치울만한) 그런 것이다. 향 후 내 방 한 켠 수납장에는 카메라가 몇 대정도 있을까 싶기도 한 물욕. 그래도 고가의 소위 장비병까지는 오르지 않은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린아이처럼 모으는 것에 재미를 두는 것 같기도 해서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으면, 그리고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 선이 있다면 충분한 소비이며 생산적인 활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2015년 10월 2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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