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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mDK Sep 11. 2015

5/642 : 우주인의 하루

5/642. 다섯번째 질문에 답하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씁니다.


연습장에 펜으로, 노트에 만년필로, 블로그에 키보드로 씁니다.

세 번을 쓰다보면 처음과 마지막은 조금씩 달라지곤 합니다.

손에 쥐고 있는 노트와 블로그에 올려둔 텍스트를 간직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642'에 대한 답은

블로그에 있는 마지막 수정본을 내키는대로 수정한

'세번째 수정본'이자 '네번째로 쓰는 글'이 될 듯 합니다.




다섯 번째 질문. 당신은 우주비행사다. 당신의 완벽한 하루를 설명하라.


(우습게 짝이 없는 판타지 공상 과학 소설류의 풍)


  긍정적 우주비행사 K씨의 아침

 - 벌써 여러 달이 지나간다. 지구와 달, 별, 우주를 보며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몹시 감사한 직업이다. 내 하루를 설명해보라 한다. 미래의 우주비행사들에게? 연구 뿐만 아니라 기여활동도 시키는군. 무중력의 떠나님은 영화에서나 나올 옛말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딛고 하루를 시작. 해가 뜬다는 표현이 어색한 컴컴한 바깥이지만 (지구의)일출 영상이 스크린 위로 흐른다.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연구영역이다.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고 지난 (밖으로 봐서는 전혀 모르겠는)밤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해본다. 오늘 해야 할 일도 확인한다.


 히스테릭한 우주비행사 K씨의 점심

 - 전날 밤에 생긴 데이터들이 불량이다.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한다. 오전이 하얗게 증발. 밖은 여전히 캄캄하다. 지나치게 조용함. 밤인지 낮인지 알게 뭐람. 우주식이 점심으로 나온다. 점심(lunch)이라 써놓으니 이게 점심인 줄 안다. 지구에 가족이 있는 동료들은 짜증과 푸념을 늘어놓기 바쁘시다. 욕이 나오는 점심시간이다. 받아 온 밥이 어떻게 없어졌는지 무슨 맛인지 알게 뭐야. 오늘 주어진 연구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본다.


 허탈한데 나쁘진 않은 K씨의 저녁

 - 격동의 점심시간-쿠데타 또는 폭풍전야라 불리는-이 지난 이후 연구에 대한 집중도가 부쩍 상승했다. 이유인 즉, 오전의 쓰레기같던 불량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 기분 탓인지 몰라도 창 밖이 조금은 밝게 느껴진다. 아!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하나를 버리고 두개를 얻었다.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아깝긴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태. 고무적이다. 매일 먹는 비슷하고 맛 없던 저녁 식단도 이런 때는 마냥 맛있고 좋다. 우주에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걸 빼면 우주비행사는 지상의 연구원과 크게 다를바 없다. 그렇지만 우주라서, 평범한 하루가 사소한 작은 일들이 의미있는 기회로 다가오는 것 같다.


 괜한 생각을 하며 평범하고 사소하지만 완벽한 '우주에서의 우주비행사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2015년 9월 5일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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