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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지 Jan 30. 2016

눈 내리는 날

나무야, 흘러 계절을 견디며 뿌리 깊게 자란 너.

그러나 절단되어 잃어버린 네 몸통을 대신해

하늘 휘날리는 것들이 포근하게 덮어주었을까 너를.


나는 오늘 미끄러질 걱정만은 잊은 채 걸음을 많이 하였다.

자박이면 그네들만의 미소를 듣고

아스라이 찾아오는 무리들의 손짓을 세었다.


안아주는 듯, 안아주지 않는 것들이 계속해서 귓가를 간지럽혔다.

이마를 건드려 콧등을 타더니 입에선 녹더구나.

끝내 다 닿지 못 한 채 한없이 흩어지더구나.


마지막 걸음을 멈추었을 때에는 차라리 너를 쓰다듬으며 울 것을.

아슬히 가깝고도 먼 밤은 온기의 쓸쓸함이었다.

냉기의, 협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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