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아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잠에 드는 것과 같은 다소 병적인 집착과 습관들의 나열.
그러한 배열 사이 사이에서의 통풍은 제법 건조되어 바스락 소리내는 낙엽 같고
말라 비틀어진 것들이 묘하게 경쾌하다.
우리는 간간이 은행지뢰를 밟은 듯 찡그림을 보이고
나는 일그러진 네 표정 못생김에 웃고.
자연히 우리 계절의 시작이 늦가을이 되어버리는 것.
둘이 밤새 사계절 순환의 끝을 녹빛 많은 여름으로 만들어 놓으면
끝내 아지랑이 위를 찬찬히 걷고 있다.
뚜벅뚜벅- 뚝- 뚝-
함께 땀을 흘리고 나는 기꺼이 네 이마와 코끝의 그것을 닦아내고
푸른 바닷물 위에 누워 유유히 볕을 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