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아기배숙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아프지말고 그래

by 타래

'다행히도 아직 감기도 한 번 안했어요.'


말 하는 내게 시어머니는 그런 얘기하는거 아니라고 하셨다.


모유를 먹는 덕분인지 꼬맹이는 감사하게도 병치레 한 번 없이 200일을 무사히 넘겼다. 생후 6개월이면 독감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가려던 참이었다. 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오늘은 그냥 집에 있자' 했는데, 해가 질 때 즈음부터 꼬맹이는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코, 감기구나'


약간의 훌쩍거림이 있었지만 기침도 없고 놀기도 잘 놀길래 큰 걱정 없이 재우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꼬맹이의 숨소리가 거칠다.


병원. 늘 보던 선생님은 안 계셨지만 그래도 상냥한 남자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심한편은 아니니 걱정 하지말고, 밤에 심하면 약 먹이라는 이야기.


6개월이면 태어날 때 엄마통해 받았던 면역력은 끝이 났으니, 이 때부턴 자주 이럴꺼라고, 두 돌 정도 되면 괜찮다고 하는 뻔한 선생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왔다.


남편이 온전히 집에 있는 토요일.


꼬맹이는 감기의 절정으로 가는 중이다. 가끔 쉬는 숨에는 만화처럼 코가 방울로 맺히고, 마른 기침을 하면서 스스로 신기한지 자꾸 웃는다.


그래, 아프면서 울꺼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괜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심해지는 코막힘에 기침이 걱정되어 오후에 배를 사와 대추만 3-4알 넣고 배를 쪄냈다.


맑은 물만 받아 식혀 먹이고 나니 집 가득 들들함 배 향기가 난다.


괜히 얼마전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던 남편에게 미안해서 "아이고, 아들이 진짜 대단하네~ 엄마 별 걸 다 만들게 하고 말이야. 그지?" 하고 말았다.


나 좋다고 결혼 한 남편은 못 챙기고, 3년만 지나면 지 친구가 더 좋다고 할 자식은 챙겨 먹이니 우습다. 옛날 우리 엄마 배숙이 생각나서 더 우습다.




아직 어린 꼬맹이에겐 생강도 꿀도 넣을 수 없어 배를 살만 파 내고 대추 몇 알 깨끗이 씻어 다시 채워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정도 쪘어요.


찔 때는 배 아래쪽으로 물이 고이니까 그릇에 담아 찌는 게 좋아요.


애기들은 단 거 왠지 엄청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수저 먹고나면 싫다고 하더라구요. 흥.


그릇에 담아 푹 찐 아기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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