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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Apr 02. 2019

아이가 울었다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줄 알았어. 라는 말에 나도 울어버렸고,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꼬맹이는 바뀐 환경과 생활 탓인지 일찍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야호, 유치원 만세)

하원 후 마트에 가거나, 잠깐 볼 일을 보다보면 차에서 잠들기도 했고, 집에 와서 놀다가도 스르륵 잠이 들었다.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봤더니 그렇게 지내다가 생활이 익숙해지고 체력이 생기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중이었다.


아빠가 늦게 들어온다고 한 날, 등원 하면서 “오늘 저녁은 뭘 먹으면 좋을까?” 물었더니 틈도없이 “돈가스!”라고 대답 하길래 하원 하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자고 약속을 했다.


그렇게 유치원에서 아이를 픽업하고 마트로 가서 여느날처럼 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지하 식품매장을 둘러보는데, 별거 아닌 일에 짜증을 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꼬맹이는 좋아하는 킹크랩도 보지못하고 잠들어버렸고, 나는 카트에서 떨어지는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돈가스 재료를 포함한 장본 것들을 한 손으로 정리하면서 그렇게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히고, 옷을 갈아입히고, 손발을 다 닦았는데도 잠에서 깨질 못한다. 거의 한 달인데, 이제 그만 익숙해져서 정상생활로 돌아올 때도 되었다 싶은데, 말 그대로 떡실신. 처음 1~2주는 빨리 잠들어 다음날까지 자는 아이를 보면서 신이 났었는데, 슬슬 걱정이다. 


유치원 생활이 너무 힘든 건 아닌지, 특별활동을 두시간이나 하는게 버거운 것은 아닌지, 혹시 바뀐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건 아닌지, 물어보면 “유치원 좋아, 재밌어”라고 하지만 속깊은 얘기가 되질 않으니 혼자 생각이 많아진다.


조용히 밀계빵-밀계빵 돈가스를 만들고 같이 먹을 나물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었다. 


7시, 7시 30분, 8시.


오늘도 이대로 잠들어 내일 일어나는 건가 생각하는 순간 희미하게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일어났지만 스스로 내려오거나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는 어린이. 안아 올려 밥을 먹을꺼냐 물었더니 배가 고프단다. 


만든 돈가스를 튀기고, 나물 반찬을 꺼내 차린다. 하얀 동그란 접시에 흰 밥 납작하게 담고 옆에 잘 튀겨 자른 돈가스를 잘라 올린다. 시금치무침, 콩나물까지 올리면 오늘의 밥상. 


혼자서 먹고 싶지 않다는 아이를 안고 밥을 먹인다. 혼자 앉기 싫으면 식탁에 걸터앉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엄마랑 마주보다고 해도 싫단다. 그냥 다리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조금씩 먹겠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면서 한숟갈 한 숟갈 떠 먹인다.


“유치원이 너무 힘들어?”

“응, 힘들어”

“그럼 우리 유치원에 가지말까?”

“아니, 유치원은 재미있으니까 가고싶어.”

“그럼 어쩌지? 너무 재밌는데, 너무 힘들어서?”

“엄마가 조금 빨리 오면 좋겠어.”

“그럼 우리 태권도랑 축구, 블럭 하지말고 그냥 집에 올까?”

“…… 응”

“친구들은 다 하는데, 혼자 집에 오면 좋겠어?”

“아니, 근데... 너무 힘들어. 자꾸 너무 졸려워”


이때까지만해도 내 머릿속은 어떻게 달래서 따로 앉혀 밥을 좀 수월하게 먹일까? 뿐이었다. 그런데,


“…. 재하가 계속 잠이들어서,....... 엄마랑.... 놀수가 없어서 너무 속상해, 으앙~”


아.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유치원은 너무 재밌고 좋은데, 돌아오는 길에 잠들어버리고 들어와서도 피곤해서 정신이 없으니 엄마랑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속상한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집에서 하는 놀이를 못한다는 뜻도 담겨있었으리라.) 

게다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피곤한 탓인지 말도 안되는 어리광에 땡깡이 너무 늘어 하루가 멀다하고 혼나는 중이었다. 나는 무턱대고 울고 떼쓰는 아이를 봐주지 않고, 틀렸다 말하고 못하게 하고, 큰소리로 야단하는 엄마였다. 


“아니야, 주말에 엄마랑 아빠랑 다같이 놀면 되지.”

“그게, 그게... 아니야. 나는 엄마랑, 엄마가, ...... 엄마는....”

“엄마가 자꾸 혼내서 속상했어? 그리고 엄마랑 같이 못 놀아서?”

“엄마가, 나를 미워하잖아. 자꾸 혼내고, 미워하고, 소리지르고..”


이미 아이의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다. 엉엉 소리내서 우는 아이를 돌려 앉혀 안아 달래는데, 나도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맞다. 유치원 형아 라는 이유로 봐줄법한 상황인데도 받아주지않고 혼을 내거나 다그치는 일이 많아졌다. 몸도 피곤하고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소리를 지르면서 울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럼 그럴수록 기를 잡겠다고 나는 더 큰소리와 큰 액션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었다. 지금 잘 잡지 못하면 끌려다니는 엄마가 될지도 모르니 이겨야겠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아이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엄마는 왜 자꾸 혼을 내지? 소리를 지르지? 이제 나는 사랑하지 않는건가?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리면 어떡하지? 내가 엄마랑 안 놀고 자꾸 잠들어서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건가?’


쏟아지는 눈물에 아이는 그동안의 슬픔과 설움을 다 쏟아내고 있었다.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형아잖아. 그런데 떼를 쓰거나 막 울거나 물건을 던지는 건 형아가 하는 일이 아니지? 나쁜 행동이잖아. 그래서 엄마가 그런거야. 그런데 엄마가 큰소리로 화내고 재하 자꾸 혼낸 건 정말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그래. 미안해. 미안해.”


잘못은 빨리 인정해야한다. 아이지만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질 못했으니 사과해야했다. 짧지 않은 시간 더 미움을 받을까 무서워 마음에 감정을 꾹꾹 담아 누른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어야 했다.


그래, 엄마가 처음이라서 그래. 네가 지금 이 말을 다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엄마의 실수를 조금은 이해해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아이가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엄마 나도 천천히 형아가 되어가고 있잖아"


왜 몰랐을까? 나는 처음이라 실수하면서 ‘처음이니 실수하더라도 좀 봐달라’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세상이 처음인 아이에게 넌 이제 아기가 아니고 형님이 됐으니 안된다고만 했다. 그른 행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해주려고 하지않고 틀렸다고 다그치기만 했다.


세상에, 이렇게 미안한 일이 다시 있을까? 


아이는 빨리 자란다. 어느덧 태어난 키의 두 배에 가까워졌고, 한 손으로는 안아주는 것도 힘들다. 몸보다 마음은 더 커버린 아이, 어른만큼 생각하고 어른보다 더 고민하는 순간이 생긴 꼬맹이. 엄마와 아빠는 매일 아이와 함께 자란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엔 밖에 나가서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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