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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래 Jan 16. 2021

야단치기는 늘 어렵다

바랄 것을 바라세요. 어머니

아이를 혼내면서도 마음은 안 좋다. 구구절절 내가 쏟아내는 말들이 어른 입장에서는 옳은 이야기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을 테니까,

남편과의 연애시절 다툴 때 꼭 꺼내는 말들이 있었다. “당신이 저번 저번 언제 나한테 그렇게 한 것도 기억 안 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멀뚱하게 쳐다보는 얼굴을 보면 화를 내면서 점점 더 화가 난다. 늘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끝나는 혼자 하는 싸움.

아이에겐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과거를 소환해 더 복잡하게 혼내진 말아야지. 오늘, 지금, 당장 혼 내고 알려줘야 할 것들만 단호하게 얘기하겠노라 생각했다.

대체로 지켜지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 있다. 하루 종일 지켜봤다가 결국 다 늦은 저녁에 터지는 날. 지금 당장 정리를 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걸로 아이는 알고 있는데, 낮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또 다른 것들을 꺼내 온 것부터 모처럼 쉬고 있는 아빠를 예의 없게 깨운 것,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난 것과 어젯밤에 아주 늦게 잠든 것까지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 아이는 이미 혼나는 것에 집중은커녕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계속 얘기하는 것은 내가 화가 안 풀리기 때문이다. ‘그냥 여기까지 할까? 어차피 이미 관심 밖인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입은 끝도 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말하면서 점점 더 화가 난다. 누가 나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다.

어른의 옳고 그름이 아이의 그것과 같을 순 없다. 알지만 어른 말 들어 나쁠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건가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이 끝없는 말들을 어떤 말로 정리를 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다가(고민하는 순간에도 나는 아이를 혼내고 있었다.) 결국_ 이 곳, 우리 집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네가 함께 사는 곳이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선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도 존중해야 한다_로 정리했다. 시작이 난장판 거실 때문이었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마무리인 것 같다.

아이는 바로 아빠와 목욕을 하러 들어갔고, 아빠는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 욕조에 물을 받고 놀게 해주는 것 같다. 구김 없고 주눅 들지 않는 성격인 아이는 들어감과 동시에 즐겁게 놀고 있지만, 듣는 나는 편하지가 않다.

그래, 금방 저렇게 잊고 신나게 노는 아이를 데리고 나는 뭘 한 거지?

65개월 인생에게 바라는 게 참 많아진 엄마다. 나는 아마도 잠깐이라도 엄마의 말을 새기면서 반성하길 바랬나 보다.
바랄걸 바라세요. 어머니.


혼나기 직전에 만든 어린이의 작품 토마토씨(왼)와 오이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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