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를 바꾼 열 가지
4월 30일.
7년 동안 잘 지내던 19층 아파트에서 내려왔다.
땅과 가까운 곳으로, 아이가 뛸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가장 잘 지낼 수 있겠다 생각한 곳으로.
아파트 값은 조금 더 오를 여지가 있었고,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가격이 오를리 없는데, 게다가 지금도 서울 아닌 경기도 외곽인데 그중에서 더 시골마을로 간다고 하니 다들 의아해했지만, 평생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나도 여기 책처럼 ‘자러 올라갈게~’하는 2층 집에 살고 싶은데”라고 하는 아이의 말이 시작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뒤숭숭하던 시기였다.(여전하지만,) 집에만 갇혀있던 아이와 우리가 답답하고 안쓰러웠고, 이것보다 나은 삶을 살 방법을 찾고 싶었다.
낮은 산 아래 작은 마을. 200호가 되지 않는 크고 작은 집 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가까이 사는 몇몇 집은 몇 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지, 주말엔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되는 불편한 따뜻함이 있다. 여름이면 곳곳에 수영장이 생기고, 가을이면 다른 집 마당의 단풍이 예뻐 점심 먹고 산책을 한다.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큰 개들을 가끔 만나고, 이웃집 텃밭의 토마토 사정을 알 수 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비 오는 날이면 질척거리며 타고 내려야 하고, 눈 오는 날엔 등허리에 알이 배기도록 집 앞을 쓸어야 한다.
아이에게 더 이상 “뛰지 마”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이 늦는 날이면 들어올 수는 있는 건가 걱정하며 잠을 설쳐야 해서 종종 화가 난다. 좁은 창으로 해 뜨는 것을 구경한다. 주말에는 난로에 나무를 태우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비설거지를 하러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본다. 고양이 가족은 해가드는 곳을 찾아 하루 종일 이동을 하면서 낮잠을 잔다. 가끔 길고양이씨들이 마당에 따뜻하게 덥혀진 돌에 식빵을 굽고, 새벽 세 시반이면 어디선가 닭이 운다. 하늘이 높은지 낮은지 매일 확인한다. 매일 계절과 함께 지낸다. 아이는 크고, 우리도 같이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