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시동이 꺼졌다>

by 배혜린

어느 날 나는 시동이 꺼졌다
햇빛은 제자리에서만 타오르고
나는 무릎까지 잠긴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불을 끄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내게 손을 흔들었지만
나는 창문을 올린 채,
깜빡이는 신호만 남겨두었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길이 끝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엔진 안쪽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녹슬고 있었다

달리지 않는 나를 나무라지 말아줘
이것은 고장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선택한 정지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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