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전을 아프도록 때리는 심장 소리도 아랑곳없이 무작정 내달리는 사춘기 소년 같은 파도가 말레꼰에 철써덕 부딪쳐 살바람 앞에 선 매화 잎처럼 어지러이 흩어지던 삼월의 해거름
자본주의 냄새 가득한 흥겨움을 온몸에 뿌리고 오후 네 시의 직장인 같은 얼굴로 찬찬을 불러대는 삐끼 밴드를 지나 갓 떠오른 듯 말갛고 싱싱한 저녁 해를 어깨에 얹고서 젊은 소나무 수피처럼 그을린 네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패잔병처럼 지쳤으나 초라해지지 않으려 애써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말레꼰을 따라 줄지어선 건물들을 바라보던 내게로
수만 마리 플라밍고가 내려앉은 듯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카리브해를 등진 너는 그림자마저 싱그럽게 펄떡거렸지만 나의 겁 많고 사들사들한 서른하고 다섯은 어렴풋이 패기 시작한 이마 주름 안에서 자꾸만 절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