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농업연수 #5] 카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햇볕에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채소를 길러라

by 진정은

2025년 4월 3일(목) / 독일 / 카를스루에 클라인가르텐(Karlsruhe Kleingarten)


도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자연은 점점 더 멀어진다.

생각해보면, 자연은 늘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일처럼 느껴졌다. 도심 속에 자연을 끌어들이기보다는, 도시의 편의와 인프라에 맞게 모양만 흉내 낸 듯한 공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작은정원이라는 뜻)은 그저 흉내만 내는 도시 농장이 아니였다.

자연을 도시안으로 끌어들이고, 사람들을 다시 공동체로 묶어주는 아주 작은 해답처럼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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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가르텐 창시자인 닥터 슈레버 박사는 환자들에게 늘 같은 처방을 했다고 한다.

"햇볕에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푸른 채소를 길러라"


그의 철학은 '자연 속에서의 치유'와 '스스로 돌보는 삶'을 핵심에 두고 있었고, 이 아이디어는 점차 도시 내 작은 정원 운동으로 발전했다.

슈레버 박사의 제안은 당시 도시화와 산업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독일 전역에 클라인가르텐이라는 제도를 뿌리내리게 했다. 그렇게 독일은 도시를 계획할 때 반드시 클라인가르텐을 포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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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중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하나인 카를스루에시를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 위에 준비된 스파클링 음료와 간식들, 그리고 환하게 인사하며 우리를 맞아 준 협회장님(Luthin)의 모습에서 독일의 첫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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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파티원이 된것처럼 우리는 와인잔을 부딪히며 따스한 햇살 아래 서로의 사진을 남기고, 첫 일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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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가르텐은 회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들어와서 휴식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울타리를 없애고 개방된 공간을 만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클라인가르텐의 구조는 철저하면서도 유연한 규칙 속에 있다.

도시 안 주거 지역에 속해 있어야 하고, 거주자가 걸어서 적어도 15~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분양된다. 회원이 되면 연간 약 370유로의 비용을 내야 하며, 이 비용에는 임대료, 회비, 전기와 물 요금, 보험료가 포함된다. 또 회원들에게는 '6시간의 의무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을 활용해 토요일마다 공동 공간을 함께 정비한다.


평균 300㎡의 정원은 작은 집, 채소밭, 그리고 휴식 공간으로 정확히 나눠야 하며, 집은 16㎡를 넘길 수 없다. 시멘트는 기초에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나무와 돌 같은 자연 소재로만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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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가르텐 곳곳에는 쉬어가는 공간이 많았는데, '잘 쉬는 것'에 대해 섬세하게 디자인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자연과 함께 머무르고, 숨을 고르며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이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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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농약과 화학비료는 사용할 수 없고, 작물은 친환경 방식으로만 재배해야 하며, 수확물을 판매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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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가르텐의 규칙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진짜 자유를 제공한다.

공간을 크게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지나친 장식을 하고 싶어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제한 속에서 사람들은 더 창의적으로 뽐내며, 더 의미 있게 공간을 가꾼다. 절제 속에서 피어나는 만족과 충분함, 그것이 이곳의 가장 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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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정원은 작물을 키우는 공간을 넘어, 개인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제2의 삶터 같았다.

구획마다 다른 색감과 식물 배치, 작은 소품들은 마치 작은 박물관을 보는 듯했고, 그 정성은 한 송이 꽃, 한 줄기 허브에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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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가르텐을 구석구석 걷다가 한 주민이 자신의 정원에 들어와도 좋다고 손짓을 건넸다.

근처에 있던 나와 금창영 선생님은 그의 정원으로 들어갔고, 역시 농부는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라 그가 비료주는것을 살포시 도우셨다. 그 모습이 인상깊었던 나는 또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순간을 캡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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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전역의 클라인가르텐에서는 4년에 한 번 연방 클라인가르텐 경연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이때 각 정원 단지는 외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는다. 심사 기준은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생물 다양성, *공동체 활동 등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우리가 방문한 카를스루에는 이 대회에서 무려 12번이나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경쟁은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도록 자극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는 축제이지 않을까?


클라인가르텐은 도시 외곽에 넓은 녹색 띠를 만들며, 여름 한낮의 열기를 식히고, 도시에 쌓이는 먼지와 가스를 줄이며, 다양한 곤충과 새들에게 집을 내어준다.

무려 도시의 온도를 7도나 낮춘다는 데이터에 모두 놀라기도 했다. 아이들은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어른들은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웃과 담소를 나눈다. 도시와 자연이 손을 맞잡는 살아 있는 생태계였다.


이 모든 공간은 지자체가 소유한 땅을 클라인가르텐 협회에 임대하고, 협회가 다시 시에 임대료를 내며 운영된다. 너무나 완벽하게 느껴지는 클라인가르텐의 모습을 보며, 이곳을 분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게 됐다. 그 모습을 보며 이 도시의 사람들은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국민의 50%를 행복하게 한다"는 클라인가르텐의 선언은 단순한 참여 숫자가 아니였다.

클라인가르텐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자연 속에서 얻는 평화로움이 그만큼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었다.




카를스루에 클라인가르텐(Karlsruhe Kleingarten)

- 주소: Schwetzinger Str. 119, 76139 Karlsruhe

- 홈페이지: www.kleingarten-karlsruh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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