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M 4 30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omJIN Aug 20. 2015

늦다

나에게 있어서 ‘늦다’의 개념은 어디까지나
시간이란 한계선 안에서만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었다거나
이번 봄에는 꽃이 꽤 늦게 핀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나에게 늦다는 것을 설명하기엔 이것 만한 상황은 또 없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빨리’ 혹은 ‘늦게’ 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감정을 ‘드러낸다’ 거나
‘억누른다’의 개념이 될 수는 없다.
그곳엔 어떠한 정의도 기준도 없어야 한다.
사랑에는 시작과 끝만이 존재할 뿐이고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의 시간은 멈춰있다.
당신의 사랑이 현재 진행형이 아닌 이미 과거에 끝이 났어도
시작과 끝에 빨랐다거나 늦었다거나 따위의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늦었다’라는 말은 당신과 나 사이에 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것에는 시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늦어버린 시간 탓에
내가 당신에게 다가설 수 없었고 

당신이 나에게 올 수 없었다.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은 같았을진 몰라도
그 시간의 흐름마저 같을 수는 없었다.

늦었던 것은 없었다.
다만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르면 

온 몸  끝자락에서부터 저며오는
고통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나에겐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당신을 떠올리며 ‘다시’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떠올려질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내지 못한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