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omJIN Aug 25. 2015

정류장

PANIC 04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당신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기 좋아했고

우리는 종종 노래방을 가곤 했었다.

갈때면 빼놓지 않고 부르던 노래 "정류장"


당신의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참 좋았다.

장소를 불문하고 노래를 불러달라는 

난감한 나의 부탁 아닌 부탁에 늘 나지막이

불러주는 노래가 참 좋았다.


이 노래 가사가 마치 자기 얘기 같다며

그대라서 고마워요 라는 구절이 나올 때면

늘 나를 바라보며 불러주곤 했었다.

지금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는 노랫말처럼

서로에게 굳은 약속을 했었지만

무색하게도 우린 이별을 했고

노래를 들으며 추억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당신이 불러주는 이 노래는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겠지만

감히 노래 부를 때 내게 보내주었던

그 눈빛 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보여주지 말아달라고 

못된 욕심을 부려본다.



패닉-정류장


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 

난 왜 이리 바본지 어리석은지 
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지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내려야지 하고 일어설 때 

저 멀리 가까워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결국 난 혼자라고 누구든 그렇다고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손 잡아주던 그댈 잊어버린 채 
생각하면 그댄 나와 함께였는데
고집을 부리고 다 필요 없다고 
나 혼자 모든 것들을 감당하려 했었지만 나
그댈 마주쳤을 때 눈물이 흐를 때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네

낙엽이 뒹굴고 있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까치발 들고 내 얼굴 찾아 헤매는 
내가 사준 옷을 또 입고 온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나밖에 몰랐었지 어리석게도 
주위를 한번만 둘러보기만 했어도
모두 한 명씩 나를 떠나가고 
나는 세상과 계속 멀어지고
결국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언젠지 도 모르게 내게 다가온 그대
세월이 모든 걸 변하게 해도 
그대 손을 놓지 않는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다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