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마저도 흐릿해져 버렸다.
하나의 장면 단어 혹은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을
생각나게 하던 연상 작용도 이젠 예전만 못하다.
상대방 손짓 하나에 행복과 불행을 오가고
서로의 눈빛 하나에 살고 죽었던
그 시절의 우리는 온데간데없고
지난 시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것은 곧 추억이고 기억이다.
추억하는 시간과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고통도 감소한다.
세상 모든 만물이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살아가는데
나 홀로 그것에 맞선다고 해서 내 기분이 나아지면
다행이겠지만 오히려 뒤쳐지는 기분에 휩싸여 버린다.
지나간 것에 대한 집착은 우리를 미련하게 만들 뿐이다.
그저 단순히 그 사람의 안녕이 궁금해 시작했던 행동들이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든 모습들이
이제는 당연시되어버린 상황이 조금은 안타깝다.
지난 사랑에 대한 고통과 아픔이 의미되어 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저 아름답게만 기억되고 싶은 몇 순간들이
가끔 날 괴롭힐지라도 한 때 내 모든 걸 다 받쳤던
그 사람이 추억에서나 현실에서나
내가 좋아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주길 바란다.
이것은 지난날 내 감정에 대한 예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