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혹은 생각들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선 설명이 필요하다.
단조롭게든 장황하게든 내가 느끼는 것들이
그대로 그 사람에게 전달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때론 설명이 필요 없을 때가 있다.
그 순간이 그러했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내가 바라보는 눈을 회피하려 떨군 너의 얼굴이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너의 손가락 짓이
모든 걸 설명해줬으니까.
적막함만이 주변 공기를 삼켜버렸고
어떠한 해명도 핑계도 더 이상 소용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우린 알았다.
어제 날 바라보던 눈빛과
어제 날 감싸 안아주던 너의 팔이
갑자기 이렇게도 달라졌는데
넌 어떠한 설명도 하려 하지 않았고
난 무슨 일이냐 다그치지도 않았다.
생략되어진 무수한 설명들이
한순간에 내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이 그러했다.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너와 사랑에 빠지던 그 순간이 그러했고
이별을 앞둔 이 순간이 그러하다.
사랑은 많은 것을 해결해주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았다.
마지막까지도 사랑 앞에선
당신도 나도 무기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