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방

by 산책

시간이란 건축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각각의 방을 만드는데 방들의 위치와 관계가 어찌나 유기적인지, 이 방 문을 열고 저 방을 만날 때 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평행선인 줄 알았는데 접점을 발견하기도, 절대 다시 마주치지 않을 위치에 있기도 한 각각의 방.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충고를 들었을 때, 지지와 격려 대신 비판과 조소를 안고 돌아왔을 때 만들어진 방이 있다. 얻으려고 하면 잃었던 경험의 방 바로 옆이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치심, 부끄러움이 한데 뭉쳐진 기억의 방이 있다. 내 뜻대로 말해주지 않는 그들에 대한 원망 뒤에는 무언가를 얻고자 했던 욕심이 있었다. 교만이 있었고, 타인의 배려를 당연시 여긴 오만이 있었다. 그런 나의 민낯을 마주하고 남은 수치심과 부끄러움의 방.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방들을 통과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방이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인생 뭐 있어?’ 같은 말들이 쑥 튀어나오는 방. 누군가에게 완벽한 이해를, 완전한 인정을 받으려는 것 또한 욕심이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내가 나를 이해하면 가는 거다. 인생 뭐 있어? 그런 말들이 다독이는 방.


지지 받지 못하는 꿈, 지원 받지 못하는 희망은 망령일까. 그런 마음이 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방 문이 열린다. 색색의 알록달록 커다란 솜사탕을 쭉 찢어 한데 뭉치면 고작 설탕 덩어리일 뿐이지만, 손에 들고 있는 동안 느꼈던 환희와 달콤함은 설탕 때문이 아니듯 어떤 식으로 어떻게 뭉쳐질지 모를 시간 이지만, 짓고 있다. 조금 느리게 가는 것 같아도 가고 있다. 손 놓고 넋 놓고 멍하게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움직이고 있다. 시간이 짓는 방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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