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말을 쏟고 돌아오는 길은 가슴이 허하다. 갖고 있는 것을 다 비워내는 것은 좋지 못한 뒤끝을 남긴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을 때가 있다. 마음의 허기는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 그럴 때엔 침묵이 답이다. 다시 침묵하면서 다시 채우는 것 말고 달리 좋은 걸 알지 못한다.
무엇을 그렇게 뽐내고 싶었던가, 무엇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는가,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그리웠는가.
딱 손바닥 만 한 엽서 한 장의 사람이다. 친구에게 엽서를 쓰던 그 밤 그 시간 이후 느꼈던 충만함, 가슴을 가득 채운 온기. 딱 엽서 한 장 만큼 내보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여러 장의 편지지에 걸쳐 중언과 부언을 섞어댔다.
침묵은 가장 완벽한 채움이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손 편지'를 듣는다.
'떨리는 호흡에/자꾸 틀리는 글자'를 숨을 끊어 또박또박 노래하던 이는 열 몇 자 되는 말이 무슨 큰 의미야 있겠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열 몇 자의 글자를 넘치게 채운 진심은 도장처럼 찍힌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