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수련

아마도, 첼로

by 산책

아이가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던 날을 떠올려 본다. 골판지를 오려 만든 모형 바이올린(아마도 1/4 사이즈였던 것 같은데)을 20여분의 레슨 시간 동안 내내 어깨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기다란 막대를 놓고 활 잡는 연습을 한 달쯤 했다. 보통은 여섯 살에서 일곱 살쯤 바이올린을 많이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자면 열한 살 아이는 훨씬 늦은 축에 속했고, 선생님은 늦은 만큼 악기를 빨리 얹을 수 있다고 했다. 해서 한 달쯤 지날 무렵 아이는 1/2 사이즈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2년 여 동안 아이는 거의 매일 (그게 학원 숙제이기도 했지만) 바이올린을 꺼냈다.


레슨 첫 시간부터 나는 활을 덜컥(내 입장에서는) 잡았고, 첼로를 안고 개방현을 배움과 동시에 교재 한 장 분량을 휘몰아치듯 연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활긋기가 다 하였으므로)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야가현으로 세팅한 '나의 첫 첼로'를 매고 집에 왔다. 선생님은 '엄지에 굳은살이 박힐 만큼' 활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 몇 번은 동영상을 찾아보며 활 잡는 연습만 했다. 활 위에 손을 걸치듯 내려놓고 엄지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위치한다는 기분으로 활 손잡이 쪽에 보면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에 엄지를 두고 첫마디를 접은 채 특히나 검지와 엄지에 힘을 줘야 한다고, 동영상 속 첼리스트는 강의했지만 쉽지 않았다. 반짝반짝 작은 별까지 가기에도 멀겠군, 첼로를 배운다고 했을 때 응원해 준 친구들이 '송년회에서 합주하자!'라고 했었는데. 처음부터 마음 만은 첼로 꿈나무를 꿈꾼 나는 쉽지 않은 과정에 한숨이 나왔다.


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정말 어려운 거 배우고 있었구나, 연습 안 한다고 잔소리해서 미안. 진짜 어렵다, 이거.'

아이는 '엄마, 6개월 정도 되면 잘 잡을 수 있어요. 힘내세요.'라고 대꾸했다.

인생 역지사지가 멀리 있지 않다.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가야만 완전하게 이해 가능해지는 것. 진정한 공감은 이렇게나 어려운 거로군, 새삼 깨달으며 활을 잡았다. 별 다른 마음을 내지 않고 공감하고 함부로 판단하거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을 어른 혹은 부모라는 이유로 얼마나 자주 했던가 반성하며.


굳은살이 박히려면 얼마큼의 시간을 연습해야 하나 초보는 가늠하기 어려운 그 일을 수련하는 심정으로 아무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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