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절대로

시간을 짓다

by 산책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있을까?


'절대로 당신을 잊지 않는 일'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일'

'절대 돌아보는 일 없이 가는 길'

'절대로 바뀌지 않는 마음'

'절대 흔들리지 않는 믿음'



'절대로'


질 게 뻔한 싸움에서 나와 상대를 안심시키는 말. 나는 '절대로'라는 말을 담아 의지를 굳건히 다지면서 안심하고, 넌 '절대로'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직감하게 되니 우리는 창과 방패처럼 단어 하나에 마음을 놓게 되는 거야.

또 '절대로' 안에는 바뀔 게 뻔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영문법 시간에 외웠듯이 '절대, never'라는 빈도 부사는 횟수로 치자면 '0'번,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말하지. 적어도 마음에 있어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그러니 ‘절대로’라는 말을 믿지 마. 절대로, 라고 말하는 네 자신도 그리고 상대방도. 순간의 달콤함과 순간의 안도 뒤에는 곧 변할 마음이 숨어 있는 거야.



쌀쌀해진 공기를 코로 들이켰다. 축축한 밤의 습기가 폐로 들어 왔다. 손을 푹 찔러 넣은 주머니에서 차갑게 식어 있는 아이팟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난 절대 결단코/ 수백 날이 지나도/ 너 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 거야.'


가을방학의 노래 '이브나'를 듣다 보니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절대, 결단코, 수 백 날이 지나도 너 밖에 모르는 바보는 안 될 거라는 공허한 다짐.


'행복함에 눈물/ 범벅이 될 지라도/ 너 하나로 숨 막힐/ 바보는 안 될 거야.'


너는 그때 나에게 우리가 서로를 모르게 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 했지만, 나는 이제 너의 지금을 모르고 너는 아마도 나를 모두 기억하지 못할 텐데, 우리는 왜 시간이란 거인을 앞에 두고 그런 어리석은 다짐을 했을까. '절대로'라는 말에 담긴 나약함을 조금이라도 눈치 챌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오래 너를 미워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린 날의 우리는 '절대로'라는 단어만큼, 강한 척 했으나 나약했고 굳건한 척 했으나 흔들렸으며 자신 만만했으나 어리석었다. 이제는 '절대로'라는 말을 '절대로' 내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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