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대하여 01

목감기

by 라희

적게는 4-5명, 많게는 100명까지 *온스테이지(on stage)를 하고, 시작부터 끝까지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상 무대 위에서, 혹은 무대 뒤에서는 정말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출근했고, 평화롭게 의상을 스팀을 하던 날.

복도 끝에서 여자 아역배우가 눈썹을 8자로 내린 채 터벅터벅 걸어오다가 마주친다.



“00아, 안녕~”



눈을 마주치자마자 아이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당황할 새도 없이 뿌에에에엥- 하고 달려와 품 안에 안기는 아이.



“왜… 왜 그래 00아....!! 무슨 일이야..?!”



“선생니히히이이임ㅠㅠㅠ 저 ㅠㅠㅠㅠㅠ 저 목소리가 ㅠㅠㅠㅠ 목소리가 안 나와요ㅠ흐허어어유ㅠㅠㅠㅠ”



아…! 감기에 걸렸구나…!

요즘 일교차가 커서 극장 내에 독감이 돌고 있었다.

사람인데, 아플 수 있지. 자세히 들어보니 울음이 섞인 말 사이사이에 가래가 살짝 섞여 소리가 흔들거린다. 나이도 어리고 아직 경험이 많이 없으니, 공연 중에 삑사리가 나는 게 두렵고 무서울 테지.

하늘이 무너져라 우는 울음소리에 여기저기서 일하고 있던 모든 의상팀 크루들이 하나 둘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차분하게 아이를 달랜다.



막내 : "무슨 일이에요..?!?"



라희 : "00이 목소리가 안 나온대... 오늘 노래 불러야 하는데 무서운가 봐."



막내 : "아이고 이런이런...!!"



팀장 : “괜찮아 00아..! 지금 선생님이 듣기엔 크게 이상하게 들리지 않아…! 괜찮을 거야. 아직 공연까지 시간 남았으니까, 목 따뜻하게 해 주고 잘 관리하면 괜찮을 거야.”



아역배우 : “정말요..??ㅠㅠ 괜찮을까요...???ㅠㅠㅠㅠ”



다 함께 : “그럼-!”



계속 우는 것도 목에 좋지 않을 수 있으니, 다 함께 의상실로 들어가 걱정에 휩싸인 아이의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 차분하게 달램과 동시에 <특명 : 우리의 리틀 레이디 목 보호하기>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팀장 : “우리 텀블러 남는 거 있나?”



막내 : “여기 있어요!”



라희 : “여기 꿀물 소분되어 있는 거 제가 갖고 있어요!”



팀장 : “물 너무 뜨겁지 않게, 따뜻하게 채워와 줘!”



막내 : “네!”



아역배우 : “선생님들…. 꿀도 갖고 계세요…???”



팀장 : “그러엄- 선생님들은 없는 게 없어요- 여기 젤리도 있지? 과자도 있지! 먹고싶은 거 골라봐.“



아역배우 : "우와...! 엄청 많다....!"



신중하게 고민 하다가 온갖 종류의 젤리들 중 하나를 고른다. 귀여운 레이디는 살짝 기분이 좋아진 듯 하다. 역시 젤리는 만능이야!

그 사이 막내는 잽싸게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담아 왔고, 팀장님은 텀블러 안의 물을 후- 불어 물 온도가 괜찮은 지 확인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척척 꿀물을 만들어준 뒤에 아역배우에게 쥐어준다.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예쁜 눈을 바라보다가 나는 무심코 웃음이 터진다.



라희 : “아 이런 말하면 안 되는데, 00이는 울어도 귀엽다 진짜.ㅋㅋㅋㅋㅋㅋ”



가벼운 농담에 아이는 배시시 웃고는 꿀물을 호호 불어 마신다.



라희 : “공연 전에는 수시로 마시구, 공연 시작하고 나서는 따뜻한 물을 채워서 '물을 마시는 느낌'이 아니고 '입술을 적신다'는 느낌으로 물을 아주 조금씩만 머금는 거야. 계속 물을 많이 마시면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알겠지?”



아역배우 : “네…!”



팀장 : “오늘 이 텀블러 빌려줄게. 편하게 쓰고 돌려줘. 그리고 선생님이 손수건 빌려줄게. 자, 이거 목에 감고 있어.”



아역배우 : “우와….! 손수건 이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활짝 웃으면서 아이는 의상실을 가볍게 뛰어 나간다. 휴우- 한시름 넘겼다.

자 다들 해산-!



귀여운 리틀 레이디는 아주 대견하게도 모든 넘버를 훌륭히 소화했고, 공연이 종료되자마자 달려와서 모든 크루들을 한 번씩 크게 안아주었다. 사랑스러운 아이 같으니라구!



그런데 만약 목감기에 걸린 대상이 주인공이라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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