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에서 일하는 사람들

극장에 상주하는 크루 (CREW)

by 라희

검은색의 바지, 제각기 다른 공연작품들의 이름이 쓰인 단체복을 입고 있거나, 아무 무늬 없는 상의, 그리고 검은색의 신발.


평소엔 웃음 많은 장난꾸러기들이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그들의 입가는 진중해지며 눈빛은 밝게 빛난다.


시끄러운 노래들과 화려한 안무로 가득 한 공연일지라도, 소대에서는 모두들 귓속말로 이야기하거나 조곤조곤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조용한 장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그시 밟는 나뭇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리기 때문에 모두들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다니며, 실수로 떨어트리는 랜턴 소리도 마치 꽹과리를 집어던진 것처럼 쨍그랑!!!!! 소리가 울려 퍼지기에 소대에서 일하는 크루들은 항상 움직임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편이다. 만약 공연을 하다가 큰 소리를 내버렸다면? 그 상태 그대로 무릎을 꿇어 두 손을 하늘 높이 바짝 들고 벌을 서야지…. (입모양으로)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


무대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과 함께 흘러가는데, 각 파트에서 바삐 일하는 인원들을 간략히 설명해 보려고 한다.


SM(Stage Manager) 팀 : 공연을 진행하는 대장님. 상-하수 소대 한쪽에 무대감독님의 책걸상이 마련되어 있고, 조명&음향&세트전환 등 장면 전환에 대한 모든 큐(cue)를 외치는 역할이다. 상수와 하수에는 조감독이 한 명씩 배치되어 있어 장면 전환 전 스탠바이를 체크하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상황을 파악하고 소통한다.


무대(기술) 팀 : 대부분 무대세트를 움직이는 크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트의 규모에 따라 상-하수에 각각 5명에서 8명 정도 배치되어 있다. 대부분 극장의 소대들은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크고 거대한 세트 구조물 들을 테트리스처럼 착착 움직이는 정리의 고수들이다. 세트 전환을 위해 무대 위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들>의 경우 정장을 입기도 하고/ <킹키부츠>를 진행할 때는 소대가 많이 노출되어서 전환크루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체크셔츠와 데님 소재의 의상을 입고 근무하기도 했다. (내가 마치 ‘프라이스 앤 선’ 직원이 된 것 같았다.)


음향팀 : 콘솔을 조정하는 오퍼레이터와 배우들의 마이크를 담당하는 RF(Radio Frequency) 감독님들이 3-4분 정도가 상주하고 있으며 마이크의 주파수를 수신하는 기계 앞에서 총괄관리하는 감독님이 메인으로 있고 상수&하수를 이동하며 배우들의 마이크를 체크하는 담당이 한 명씩 있다. 마이크에 땀이 들어가면 소리가 먹먹해지면서 대사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땀이 많은 배우가 있다면 엄청나게 긴장을 하고 있는 파트 중 하나.


Makeup & Wig 팀 : 극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는 파트. 배우들의 분장과 헤어, 수염에 대한 관리를 하는 팀. 분장 체인지가 많은 경우 소대나 퀵룸 안에 분장팀을 위한 테이블을 설치해서 의상팀과 함께 체인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소품팀 : 작품 규모에 따라 1-2명 정도 극장에 상주한다. 공연을 진행하면서 망가지는 소품들을 유지&관리하는 일을 한다. (소품을 박살 내는 일명 ‘브레이커’는 공연에 한 명씩 꼭 있다.) 양쪽 소대에 소품들이 올라가 있는 선반을 두고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소품을 이동시킨다. 무대 세트 등장 전 소품을 미리 올려놓는 경우가 많기에 무대팀과 많이 교류하는 편이며, 가방과 안경의 경우 소품의 영역이기에 의상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는 일이 많다.


조명팀 : 조명을 조작하는 오퍼레이터가 있고 무대를 마주 보고 있는 공간에서 배우들의 스포트라이트(핀 조명)를 담당하는 크루가 있다. 소대에서는 포그(Fog)라고 불리는 인공안개를 조절하여 조명 빛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비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인원이 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의상팀!

의상을 디자인&제작하는 제작팀이 있고, 공연장에서 배우들의 의상체인지와 세탁, 유지보수하는 진행팀으로 나뉘어 있다. 진행팀의 경우 극장에 들어가기 전 연습의 후반부부터 참여해 작품의 흐름을 익히고, 제작팀으로부터 의상자료를 전달받고 피팅에 참여하며 의상을 익히고 전환 순서와 타이밍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다.


소대에서는 이 모든 파트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돕고 양보하며 공연을 진행한다. 기술팀이 급하게 세트를 뺄 때 랜턴을 조심스레 비춰주기도 하고, 소품팀이 반대편에서 오지 못한다면 대신 전달받아서 선반에 올려주기도 한다. 의상의 뒷지퍼를 올려야 할 때면 분장팀이 가발을 살짝 들어주고, 이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서 완벽한 체인지를 했을 때! 이 맛에 공연을 하는 거지! (엄지 척)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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