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일상의 단상 # 01

by 레터B

그러니까 내가 아직은 대학생이던 아주 오래전, 나는 자주 연극을 보러 다녔다. 개강철에만 북적이던 술집과 몇 남지 않은 음식점들만 덩그러니 자리한 학교 앞 거리에는 딱히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멀리 여행을 떠나기 어려웠던 나에게, 버스를 타면 금세 도착할 수 있는 대학로는 자연스러운 도피처였다. 그곳에는 언제나 연극이 있었고, 나는 공연의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저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 이끌려 가장 저렴한 공연을 찾아 어슬렁거리곤 했다.


연극은 나를 인도나 유럽으로, 혹은 고대 왕국의 비극적인 이야기 속으로 데려갔다. 무대 위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저 연극을 보는 것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연극 그 자체보다는 배우들의 눈빛이 좋았다. 관객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긴 대사를 외우는 그들의 눈에는 늘 생기와 열정이 빛났다. 그것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빛이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을 좋아했고, 그래서 연극을 사랑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연극을 보러 갔다. 오랜만에 혼자 가는 일이 쉽지 않아 망설였지만, 결국 조용히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혼자 온 데다가, 나이 든 관객은 나밖에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막이 오르자 곧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스무 해가 흘렀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여전히 열정적이었고, 그들의 눈빛은 변함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그 반짝임은 여전히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십 년이 훌쩍 지난 나의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하루들, 식어버린 마음. 한때는 이 일을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그 마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날 본 연극의 줄거리는 벌써 희미해졌지만, 무대 위 배우들의 반짝이던 눈동자만은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