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중 11월은 내 생일이 있어 가장 기다리기는 달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나는 생일을 기다리지ㅎㅎ)
돌이켜보면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았던 달이기도 했다.
어쩌면 기다린 만큼의 기대에 못미쳐서 상대적으로 더 힘든 달이 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가, 올해의 11월도 온통 저 마음, 저 생각 뿐이었거든.
아차 싶었던 순간이 완전한 내 실수로 자리잡아 일을 그르치게 만들어
묵묵히 노력했던 지난 날들이 무너진 것 같은 마음에 실망하고 상심했던 지난 스무날 들.
내 편이 없는 것 같았던 지난 스무날 들,
여전히 혼자 감당해야 될 것 같았던 지난 스무날 동안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 그 자체.
그런 날이 있고, 그런 순간이 있다.
낙동강 오리알 같은
개밥에 도토리 같은.
그런 마음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와야 보통의 하루로 지낼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했어.
왜 나는 아직도 프로패셔널 하지 못한가에 대한 책망만 늘어놓던
그 스무날 중 어느 날
쓰린 위를 안고 죽 한사발을 들이킨 후 회사동네 산책을 했다.
봄엔 푸르르게
여름엔 초르르게
가을엔 울긋불긋 하던 나무들이
겨울을 맞이하여 하나 둘, 앙상해질 일만 남았구나 싶었던 순간
내 눈에
아직 끝나지 않은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가을을 입고 있는 나무들이 들어왔다.
위로.
받았다
내 마음이 즐겁던, 우울하던 동네산책은
나에게 늘 소소한 선물을 안겨준다.
고마워 서교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