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기계셨어?

by 프롬노노

점수 제일 낮은 사람이 3차 쏘기.


나는 연속으로 고득점을 받으며 깔깔거리며 상황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빠의 점수는 영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는 점점 발을 동동구르기 시작하셨고, 그런 아빠가 쪼끔 귀여워서 놀렸는데 어느 순간 아빠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흥에 취해 노래를 부르다가 아빠가 한참을 복귀하지 않으심을 깨닫고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노래방 복도를 두리번 거리며 조용히

'아빠' '아빠' 를 해보는데, 노래방 복도 맨 끝 모퉁이 작은 벤치에서 세상 신중한 모습으로 노래책자를 펼쳐놓으시고는 점수가 잘 나올 수 있는 노래를 찾고계신 아빠를 발견했다.


세상에!

점수 거 뭐라고 저렇게 신중할 일이람?

이란 생각과 함께 속으로 한참을 깔깔거리며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 여기계셨어? 여기서 뭐해!?? 노래를 왜 여기서 찾고 있어?

-아 너네 노래부르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도통 노래찾기에 집중 할 수가 없자녀, 이번엔 꼭 이길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지금 시간 4분남았어. 그 안에 찾을 수 있어?

-뭐라고? 아니 벌써! 왜!


아빠의 승부세계가 이렇게 열정적이셨구나를 처음 알았던 순간이었다.


그 후로 아빠와 노래방을 다시 찾은 적은 없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이해되지 않은 상황속에서 아빠의 그런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소중했다.


나에게 결혼이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을 찾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벌써 4년전이지만, 나의 결혼을 아낌없이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내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해요. 그리고 가장 먼저 찾아야 되는 것은 당연히 배우자의 사랑이겠죠.

새로운 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꽤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이전 04화즉흥환상양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