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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이재 Aug 20. 2020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깨달은 것들

[문작가의 육아퇴근 후 맥주] 싸움 후에 오는 것들

보통 지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좀 달랐습니다. 다그치는 아내의 말투와 나를 무시하는 말들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죠. 살다 보면 한 번씩은 물러서면 안 되는 순간이 오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임을 직감했습니다. 밥을 먹다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더니 이제는 식탁 위의 물 잔이 파동을 일으킬 정도로 격한 언성이 오갔습니다. 아내도 오늘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죠. 아이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습니다. 첫째는 방으로 갔고, 둘째는 겁에 질린 모습이었습니다. 더 이상 멈추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보여줄 것 같아 감정을 추스르며 밖으로 나갔죠. 아내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타임아웃이 필요한 시점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둘째는 갑작스럽게 나가는 나를 보며 혹시나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표정이네요. 잠깐 나갔다 온다며 아이를 다독이고 나가버렸습니다.


일단 감정을 가라 앉혀야 하는데... 이번에는 영 가라앉지 않네요. 목적 없는 걸음으로 호수가 있는 공원에 갔습니다. 20분 남짓 걷고 다른 생각도 해보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죠. 이렇게 감정을 추수르기만 하고 돌아가면 남는 게 없습니다. 돌아가면 토라 진채 지내다 화해하고, 왜 싸웠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되죠. 이번에는 부부싸움을 찬찬히 복기해봤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문제들이죠. 일상에서 늘 나타나는 자동적인 사고를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늘 아내는 아내여야 한다는 당연시, 너와 타자의 비교, 내가 옳다는 합리화가 그것이죠. 인정하고 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집에 가니 둘째가 아빠가 언제 오냐며 많이 울었다고 하네요. 둘째에게 사과하고, 아내에게도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첫째 율이 우리가 싸우는 동안 무엇을 적었다며 보여줍니다. 우리의 싸움은 율에게 전쟁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총탄과 폭탄이 터지는 전쟁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담담하게 10가지의 내용을 적었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율의 글을 보고 참 부끄러웠습니다. 액자에 걸어 벽에 붙이기로 생각했습니다.

율이 만든 10 계명이다. 매일 아침 보며 가슴에 새기기 위해 액자에 걸어두었다. ⓒ문작가

앞으로 자동적으로 생각하기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는 대로 살지 않고, 살고자 하는 데로 살아갈 것입니다. 천천히 천천히 뜨겁게 생각하며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번 코로나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대판 싸웠는데... 이번만큼은 지혜롭게 가족과 힘을 합쳐 잘 극복해야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도 눌러주시면 감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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