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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이재 Oct 08. 2020

아이들이 대상화되고 있다.

[문선종 사회복지사의 실존육아] 인간의 실존이 병든 세상

가장 힘 없고, 약한 여자 아이들이 어른들의 '자기대상'으로 대상화되고 있다. ⓒ문선종

자기 심리학의 창시자인 하인즈 코헛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기 감각을 불러일으키고,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대상을 추구하는데 생애 초기에는 엄마나 양육자가 된다고 한다. 누군가 내가 하는 말에 경청해주고,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수용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자기대상(Self Object)이 되는 것이다. 정신분석가 한성희는 자신의 저서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서 안정감과 위로를 주는 대상이 자신의 일부로 편입되어 기능하는데 자기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대상’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의 자기대상이 부모에서 친구와 연인으로 건강하게 이동하거나 발전할 수 있도록 사랑과 인정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성인이 되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신념이나 취미, 직업을 자기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자기 대상을 자신의 실존과 통합하면서 온전한 인간이 되도록 독립된 인격체로 탄생시키는 것이 한 인간을 키워내는 부모의 사명일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대상과의 관계의 단초는 양육자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절한 대상’을 자기보다 약한 대상으로 삼는 어른들이 있다. 소아성애자의 경우도 그러하다. 내가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사랑과 인정을 나보다 힘이 약하고 쉽게 장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설정한다.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억압된 감정을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에게 분출하는 것이다. 과거 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자신의 학생과 수차례 성관계 한 사건, 인터넷에 일어나고 있는 글루밍 범죄, 아직 진행 중인 N번방 사건들 속에서 자기대상의 왜곡과 익명성을 방패 삼아 변종된 인간의 폭력을 볼 수 있다. 이런 개념을 이야기한 이유는 힘없는 약자를 착취하고, 대상화시키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와 게임 전반에 대해서 심도 있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최근 소아성애 논란에 휩싸인 게임 '아이들 프린세스' 제작사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캐릭터 콘셉트의 심각성을 인지해 즉시 수정했으며 사용등급을 18세로 수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게임 속 표현은 아동 성착취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일부 변호사들은 아청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N번방 사건으로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넘겨선 안 될 일이다. 여자 아이들을 대상화시키는 모든 콘텐츠들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 11일은 세계 여아의 날이다. 어른들이 정말 얼굴을 붉혀야 할 일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다루어졌으면 한다.     


이런 게임들이 있다는 것은 ‘자기대상’을 만족시켜주는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상화된 아이들을 가상으로 착취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영혼들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아마도 법과 제도가 따라오려면 한참은 멀어 보인다.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고민이 크다. 성교육이 능사가 아니다. 세상 속에서 관계를 맺으러 다가오는 대상들 특히, 인정과 사랑을 해오는 것들에 대해 거리를 두라고 가르치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들이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것이다. 악마는 늘 상냥한 양의 탈을 쓰고, 꽃냄새를 풍기고 온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익명성이 인간을 얼마나 악하게 만드는지 N번방 사건을 통해 가르쳐 줄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어떤 사람들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줄 것이다. 누군가 나를 대상화하려 하면 그것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처방법들을 공부해서 가르쳐 줄 것이다.      

10월 8일 오후 12시에 검색해보았다. ⓒ문선종

참고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아이들 프린세스’를 검색해보니 10만 이상이 다운로드했고, 15세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moons84@naver.com


※위 글은 N0.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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