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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이재 Oct 14. 2020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은 고독해지지 않으려는데 있다.

[문작가 단편선 실존여행] 고독함 가운데 글쓰기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은 고독해지지 않으려는데 있다


팬데믹으로 비대면 세상이 도래하면서 인간이라는 동물이 고독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고독에 대한 인간의 방어기제라 할 수 있죠. 고독이라는 강력한 두려움으로 이태원 클럽 발, 광화문 집회 발 감염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가 타인에 의해서 확인되는 순간 깊은 한 숨으로 안도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우리 삶의 되돌아보면 쉽게 찾을 수 있죠. 아내와 아이들을 고향으로 내려보내고 3주간 넓은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새벽에 스며드는 고독감에 밤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고독은 죽음에 대한 불안 그 자체이죠. 그럼에도 우리는 고독을 힘껏 껴안을 필요가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고독할 틈이 없습니다. 믿음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섬기는 신이 함께하기 때문이죠. 그런 특수성의 옷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 죽지 않는다는 영원성을 부여합니다. 그들에게 코로나는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무한한 우주 속에 고독한 존재라기보다는 신에게 선택돼 타인과는 다른 고귀한 존재로 믿습니다. 모든 종교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신의 등에 업혀 까불지는 말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예수님을 믿음으로 섬긴다면... 그의 삶과 조금이라도 닮기 위해 노력했는지 겸손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 스스로 고독을 돌아본 계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태블릿과 같은 미디어 기기와 밀착된 아이들을 보면서입니다. 아이들에게 고독을 말하기 전에 나 스스로 먼저 미디어 기기와 거리두기를 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어떠한 방해도 없는 가운데 아이들과 하루 10분이라도 글을 써보려 합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고독한 가운데 글 쓰기를 재미로 느끼게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고독한 가운데 쓰는 글의 힘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쓴 글들이 제 자신이 되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고요한 고독의 가운데 글 쓰기로 실존의 강에 돌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필자 문선종은 20대 중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전복시킬 유일한 이론으로 '실존주의 심리치료'를 선택했다. 이후 죽음과 무의미, 소외, 자유에 대한 독특한 사유의 땅굴을 파고 있으며 타인의 실존을 깨우기 위해 상담하고 글을 쓰는 사회복지사가 됐다. 매일 아침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일상에서 문득문득 깨달은 실존에 대한 생각을 포착해 단편선 <실존여행>에 담고 있다. 10년을 모아 책으로 낼 생각이라고 한다.


Copyright ⓒ문선종 moons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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