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마트폰은 아이 정신발달의 거대한 적
오늘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의 기둥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두 개의 기둥은 아이들의 정신을 일으켜 세워 세상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튼튼한 두 다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무엇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원리로 정신이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깊게 읽은 후에는 아이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절대 외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동물들도 인지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하며 거기서 독특한 사유를 만들어갑니다. ⓒ문이재
우선은 아이들의 독보적인 정신발달에 해악을 끼치는 작금의 적(敵)을 짚고 가겠습니다. ‘敵’이라는 한자에는 ‘원수’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아이들의 정신을 발달시키는 데 어떤 원수가 있을까요?
‘스마트폰’입니다. 임신 중 스마트폰 사용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키페츠 박사는 임신 기간 동안 스마트폰 전자파에 오래 노출될 경우, 출산 후 아동의 행동 부주의와 과민행동반응 문제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스마트폰 전자파에 노출된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이 과잉행동과 기억력 저하 증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태아기 때 스마트폰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들의 ADHD 증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태아기 때부터 정신발달을 논하게 되면 너무 방대하므로 이 시기의 논의는 차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대한 언급은 후반부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 정신의 태동
저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세상을 길들이는 시점을 ‘정신의 태동’이라 주장합니다. 부모 대부분이 아이를 길들인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도 아기 때 양육자를 길들여봤기 때문에 이렇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조리원에서 지내다 집으로 왔을 때부터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아기가 집으로 오면 매일 밤낮으로 웁니다. 그때 부모는 정말 힘이 듭니다. 저는 2명의 딸을 키웠고, 현재 6개월 된 남자 쌍둥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고백하자면 첫째 때는 아이를 던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힘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우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울면 여러 노력을 합니다.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불편한지? 추운지? 우여곡절 끝에 편안해진 상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것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여기서 부모는 착각합니다. 우리가 아기를 길들이고 양육한다는 착각입니다. 아기를 연약한 존재로 보는 것입니다. 과연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아기는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부모를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아기의 입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울음으로 호소했더니 누군가가 와서 우왕좌왕하며 무언가를 합니다. 늘 비슷한 사람이 와서 우유도 주고, 기저귀도 갈아줍니다. 아기는 부모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애착이라는 관계를 만듭니다. 여기서 정신발달의 중요한 두 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인지’와 ‘관계’가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X축의 인지와 Y축의 관계가 우상향 하면서 아기는 어느 순간 울음소리에 변주를 줍니다. 감각이 분화된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발달이자 세상을 길들이기 위한 정신이 태동한 것입니다. 기저귀가 불편할 때 조금 날카롭게 웁니다. 부모는 울음소리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배고플 때 우는 소리, 잠이 올 때 우는 소리는 양육자가 아니면 절대 모를 정도로 똑같으면서 다른 미묘한 차이를 만듭니다. 여러 실험에서 아기의 울음소리는 오직 그 부모만이 알 수 있다고 증명했습니다.
아이의 감각이 분화되었다는 것은 인지와 관계의 역학 속에서 아기의 정신이 태동했다는 근거입니다. 울음소리로 부모의 행동을 이끕니다. 즉, 부모를 길들이는 것은 아이이며 이것은 정신의 태동과 발달의 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왕자의 중요한 대사가 스치지 않으십니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길들임에 대해 “관계를 맺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오직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는 ‘정신’이라는 것입니다. 아기는 양육자라는 신뢰와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서 세상을 더듬더듬 세상을 인지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갑니다. 그렇게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있습니다. 제가 교육 현장에서 이런 감각의 분화를 성취하지 못한 사례를 종종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각 분화를 경험하지 못하면 발달지체나 편향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감각 분화는 "나는 보호받고 있다" "세상은 안심할 수 있는 곳이다"는 신뢰감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신체감각의 분화와 통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더불어 이 시기의 잘못된 양육은 정신의학에서 '반응성 애착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대인관계 형성이 심각하게 곤란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 정신발달의 왼쪽 기둥, 인지
이제 우리는 정말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책임성(responsibility)이라는 영어단어를 뼈에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응답하는(respons) 능력(ability)입니다. 아이가 우리를 부른다면 고개를 돌려야 합니다. 울음에 호소한다면 달려가 봐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동반한 부모를 종종 봅니다. 이런 광경 속에서 스마트폰을 인간 정신발달의 거대한 적(敵)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고, 자녀가 이야기할 때 시선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부모는 아이와의 눈 맞춤, 언어적 상호작용, 스킨십 같은 경험이 적습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아이는 중요한 초기 발달 과제인 애착 형성과 감각 자극의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위의 모습이 아니라면 정말 다행입니다. 왜냐하면 정신발달의 왼쪽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인지’ 영역의 발달을 위해서는 우리가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마주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기둥은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정신 태동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운동기(0~2세)는 인지발달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정신발달의 오른쪽 기둥, 관계
아무리 인지가 뛰어나다고 해도 관계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X축의 인지와 Y축의 관계가 우상향 하며 상승곡선을 그릴 때 나타나는 면이 아이의 정신이라는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인지가 어떤 관계로 의미가 생겼을 때 자신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그것이 아이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인식’은 의미의 영역입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는 깊은 정신발달을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관계라는 두 번째 기둥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 애착, 부모와의 관계가 일생일대의 삶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인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10대와 20대에게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면 명확합니다. 우리 삶에서 스마트폰이 얼마나 우리의 정신을 파편화시키고 갉아먹고 있는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해 최소 16세 이하는 스마트폰을 금지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자녀들은 강경한 저의 뜻에 따라 전화만 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닙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학교를 마치면 전화기는 아무 데나 던져 버리고 책을 읽습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확고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거실에서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정신발달의 기둥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족에게도 거버넌스가 있습니다
요즘 기업에 중요해지고 있는 ESG경영에서 G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뜻합니다. 대략 지배구조로 이해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가 어떤 지배구조로 운영하고 관리되는지를 다룹니다. 이 개념은 우리 가정에 대입해 봅시다. 저는 부모를 교육경영자로 정의합니다. 즉, 아이들의 정신발달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서 자녀들과 수행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녁 식사 후 휴대폰 감옥에 가족의 모든 휴대폰을 넣고, 북토크를 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는 자녀의 보호에 있어서는 하이어라키(hierarchy) 구조를 지향합니다. 첫째 5학년 아이에게는 유튜브, 카카오톡, AI채팅 등 기존에 하는 모든 앱을 삭제하고 차단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이해를 구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의 신체와 정신발달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차단하고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정신발달의 궁극적 목표는 ‘비즈니스’
사실 놀랍게도 세상을 길들일 수 있는 아이는 비즈니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합니다. 인지와 관계라는 두 개의 기둥은 자신이 세상에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세상을 위한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라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그만큼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억압하고, 획일화하기보다 세상을 길들일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경험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여러분 가정의 거버넌스에서 자녀가 가족들을 길들일 수 있는 시간과 역할을 부여하시기 바랍니다. 대체불가능한 독보적 존재는 부모를 길들여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와 집단, 사회를 길들이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감각분화의 경험과 같은 성취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쉽습니다. 아이가 배드민턴 채를 들면 나가서 함께 치는 것이고, 자전거를 타자고 하면 같이 나가서 신나게 라이딩을 하는 것입니다. 부르면 바라봐주고, 도움을 요청하면 요청한 만큼의 도움을 주면 되는 것입니다. 인지와 관계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최고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이 무시되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삶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니 아주 작은 경험에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부르면 응답해 주는 것입니다. 그 작은 출발점에서 대체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작가 문이재는 ㈜미아클 대표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사유를 얻기 위한 교육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위 칼럼은 베이비뉴스에 연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