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사유를 만들기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우리 아이 만들기] 3.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사유를 만들기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우리 아이들의 사유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금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부모는 교육 경영자입니다. 이런 사태에 대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사유로 말하고 쓰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의 사유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쁩니다. 학원 숙제에 치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세상 돌아가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교육 경영자라면 문제집, 스마트폰이 아니라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아이'로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신 적 있으신가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고 했을 때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단어들, 어른들 사이에 오가는 심각한 표정들… 아이는 어렴풋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나 이해 없이 그저 혼란스러워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기지 말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가치중립적 표현사용과 판단중지를 해주세요.
우선 이 이야기부터 꼭 드리겠습니다. 제가 10년 동안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지역사회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선생님 대통령 OOO는 빨갱이예요’라며 격양된 목소리로 흥분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조손가정의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그런 언어가 나왔었죠. 이는 어른들의 언어가 아이들의 피부로 침습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잘못한 건 아닙니다. 언어는 생활양식이자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감정은 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사형시켜야 한다. 잡아다가 감옥에 가둬야 한다는 감정적인 부분은 빼야 한다는 것이죠. 가치중립적이고, 판단을 중지한 상태에서 맥락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제가 베이비뉴스 칼럼 〈부모의 섣부른 판단은 아이들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을 통해 ‘판단중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이 우선입니다
비상계엄과 같은 사건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일이 갑자기 생겨서 많이 놀랐지? 어른들이 해결책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는 말로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장한 군인이 등장하는 영상이나 과도하게 자극적인 뉴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시청각 자극이 강한 콘텐츠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는 역사, 법, 정치의 교과 내용과 연결해 이번 사건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도 유익합니다. 단, 정보의 강도와 표현 방식은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추어야 합니다.
◇ 어린이와 민주주의, 책으로 정치교육을 시작해 보세요
4일 비상계엄 해제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이와 정치 대화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이런 질문을 마주할 때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어른들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스러운 문제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주제는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개념들을 어린 시절부터 익히는 것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책은 자연스럽게 정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유용합니다. 연령별로 어린이책들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개념을 쉽게 전달할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 어린이책으로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어린이책은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아이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배우는 대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핵심 가치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계엄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단순히 정의를 설명하는 대신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시작해 보십시오. 어린이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맥락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1. 『아무도 지나가지 마!』
장군은 이 책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지나가면 자기가 주인공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명령을 내립니다. “여기서부터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 넌 꼼짝 말고 지켜!” 명령을 받는 군인은 책 한가운데 서서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시위가 벌어진 건지 전쟁이 난 건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자, 군인은 이 책이 장군님 책이라 오른쪽을 비워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황당했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쌓여가는 불만처럼 책 왼쪽에는 앞으로 가야 하는 사람들로 점점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부터 지팡이를 든 노인, 임산부 가족, 기타리스트, 소녀, 자전거 여행자, 토끼, 공사장 인부들, 춤추는 댄서, 운동선수들까지. 그때,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공이 그만 앞쪽으로 통 통 통 넘어가는데…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2.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선거』
《동물들의 우당탕탕 첫 선거》는 중요한 일을 제멋대로 결정하는 사자에게 화가 난 동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되어요. 오랜 세월 사자가 다스리는 것이 당연했던 숲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인 방법으로 대표를 뽑게 된 것이지요. 동물들은 처음에는 선거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실천해요. 먼저 공정하게 선거할 수 있도록 선거의 방법에 대해 규칙을 세웠어요. 그다음에는 선거 규칙에 따라 원숭이, 뱀, 나무늘보, 그리고 숲속의 왕이었던 사자가 후보로 등록합니다. 네 명의 후보자들은 각자 자기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숲을 다스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떠들썩하게 선거 유세를 하지요. 하지만 선거 날이 가까워질수록 숲속은 점점 시끄러워져요. 선거 유세를 하면서 다른 후보를 헐뜯기도 하고, 각자의 정책들을 이야기하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급기야 어떤 후보는 선거 규칙을 어기고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도 하지요.
3. 『수탉과 독재자』
용감한 수탉 가이토의 노래할 자유를 향한 짜릿한 투쟁기가 담겨 있습니다. 수탉과 페페 시장의 대결을 통해 자유란 무엇이고, 권력 앞에서 그것을 용감하게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노래를 지키려는 수탉’이 되기도 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페페 시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라파즈를 떠난 시민’이나 ‘그저 밤에 조용히 잘 수 있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라파즈 시민’의 입장이 되어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펼칠 수 있습니다.
4. 『잘못 뽑은 반장』
착한 아이와는 거리가 먼 이로운은 어느 날,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반장 선거에 출마합니다. 결국 협박과 거짓말로 반장에 당선되고, 잘못 뽑은 반장 때문에 4학년 5반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5. 『어린이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이 책의 저자 장석준은 ‘정치는 사람이 사람답게 잘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어린이에게 정치 교육은 국·영·수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온 동력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이 많으며,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줄여도 과거의 그릇된 모습으로 역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자의 말에 고분고분 믿고 따르는 태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책을 통해 아이는 정치에 대한 자기만의 사유를 만들 수 있도록 경청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이 한 선택이 왜 중요했을까?"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 아이들에게 정치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이유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와 민주주의를 배운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민주시민으로서 책임감과 참여 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정치적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지오웰이 자신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쓰기의 목적 중 ‘정치적 글쓰기’를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이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만드는 것은 그런 욕구를 스스로 발견하는 엄중한 과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점에 들러 추천해 드린 책을 함께 보시고, 이야기를 나눠보시기로 바랍니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이의 삶에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심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라는 주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아래는 아이들의 독보적인 사유를 만드는 교육브랜드 ‘북클럽다이브’에서 제작한 어휘&독해 영역 콘텐츠입니다. 출력 후 문제를 함께 풀면서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불어 북클럽다이브에서는 매주 시사 이슈와 관련된 콘텐츠를 뉴스레터를 통해 무료로 드리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구독을 추천해 드립니다.
*작가 문이재는 ㈜미아클 대표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사유를 얻기 위한 교육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위 칼람은 베이비뉴스에 연재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