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아동권리협약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쉽게 써 내려가겠다는 것이 올해의 목표였는데 갈 길이 멉니다. 6살 첫째에게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살아있는 글을 쓰려고 하지만 쉽지 않네요. 오늘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여섯 번째 조항으로 "국가는 모든 아동의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6살 아이에게 설명하기 참 난감합니다.
이 넓은 우주에 너의 생명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서 너무나 소중하단다. ⓒ문선종
어떻게 하면 가장 이해하기 쉽게 할까? 고민 끝에 피부에 와 닿는 소재를 찾았습니다. 바로 예방접종기록표입니다. 이걸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서율이 너 주사 많이 맞았지? 이걸 안 맞으면 큰일 나거든. 네가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데 그걸 엄마 아빠가 안 하면 저기 대통령 아저씨한테 혼나고, 경찰한테 잡혀가는 거지. 이건 네 생명을 지키는 거고, 네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거라서 꼭꼭 지켜야 하는 거야. 안 하면 안 되는 의무인 거지." 어른들이 이런 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벌을 받도록 국가가 나선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그런데 어라! 둘째 지온이의 디프테리아를 접종일이 놓쳤네요. 반성해야겠습니다.
오늘따라 예방접종 기록표가 좀 달라보이네요. ⓒ문선종
과거 장기 결석한 아동이 보호자로부터 감금당하거나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학교의 결석과 더불어 보건소 정보시스템을 통해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 누락 대상자를 찾아 나서겠다고 2014년 발표를 했었죠. 자료를 보니 2년이 지난 2016년에 그렇게 하지 않아서 정부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네요.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공개 동의 등 관계부처와의 조정에 따라 시행할 수 없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과연 생명보호의 원칙이 중요할까요? 사생활 및 비밀보장의 원칙이 중요할까요?
올해 2월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방접종 미실시와 같은 31개 변수를 분석해 신고 없이도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정부가 멋져 보이네요. 그리고 현재까지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위기아동을 찾아서 지원하기도 했고, 학대 정황이 포착된 사례는 수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정말 "머신러닝"과 같이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것 같네요. 독일의 티센크루푸는 100대의 엘리베이터를 관리하는데 빅데이터를 통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요. 더 많은 곳에 접목되면 좋겠습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다시 정주행 해야겠습니다. ⓒ네이버영화 스틸컷
필립 K. 딕의 원작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리메이크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를 미리 예측해 차단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아동학대가 발생하기 이전에 개입하는 그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국가는 이런 시스템을 다양한 분야에 도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 사건'은 어떤가요? 이 당시 국가는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다하지 못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여섯 번째 조항이 깊은 심해로 침몰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국가와 우리 어른들은 반성하고, 또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작은 위험이라도 사전에 일찍 찾아내고, 방지하고, 예방해야 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뭔가를 해야 한다! 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 국가가 앞으로 시행할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위기아동조기발견시스템)」제가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유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