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났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찾아오다

by 한별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리 춥지는 않았던
2019년 12월 29일 주일 오후였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기독교 방송 라디오를 틀었다.

어릴 적 교회에서 듣던 찬양이 흘러나왔다.

정확한 곡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찬양은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신앙심이 깊었던 아빠를 따라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그때의 나의 믿음은 내 것이 아닌 아빠의 믿음이었다.


문득, 아빠에게 전화를 걸까 하는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모른척 지나쳐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말했다.
“아빠가 입원한 걸 어떻게 알고 전화했니.”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빠는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셨고,
고모들과 함께 기도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내가 알던 아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힘이 빠진, 아주 낯선 목소리.
“한별아, 그동안 엄마와 너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말은 설명이 없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후회, 자책,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주말에 갈게.”
나는 그 말만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게 아빠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그리고 다음 날, 12월 30일.
새해를 며칠 앞두고 아빠는 세상을 떠났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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