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는 사랑 앞에 주저앉다.
그렇게 약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우울의 모든 증상을 겪고 있었지만
병원에 갈 힘조차 없었다.
어느 주일,
예배를 마치고 힘겹게 돌아가려는 나를
목사님이 붙잡으셨다.
우울증에 대해 찾아보셨다며
조심스레 운동을 권해주셨다.
그 말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운동이 좋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그저 형식적인 대답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익숙한 하루가 시작됐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
멈추지 않는 생각들.
그때 문득 목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끝일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산책로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산책로에 도착하기 전,
큰 나무 울타리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빛이 그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참을 수 없었다.
멈출 수도 없었다.
나는 산책로까지 걸어가는 내내
울면서 걸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 말만 반복했다.
무엇이 죄송한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쏟아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산책로에 도착했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였다.
같은 장소인데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그동안의 세상은 회색이었다.
눅눅하고,
무겁고,
숨이 막혔다.
그런데
마치 오래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다른 안경으로 바꿔 쓴 것처럼
모든 것이 빛나고 있었다.
바람,
햇살,
공기,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마음이었다.
“괜찮다.”
“사랑한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수 밖에없었다.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듯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나는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채우려고 했다.
인정을 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그래서 더 애썼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그날,
나는 처음으로 조건 없이 주어지는
사랑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너무 보잘 것 없고 허물 가득한 나 그대로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그 사랑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아빠가 떠난 자리에
조금씩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내가 나를 정죄하던 자리에는
다른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혹시 하나님이 진짜 계신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