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아니었던 만남

하나님은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by 한별

아빠가 떠난 자리에 어둠이 빛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내가 죄인임을 인정한 자리에 은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를 빛과 바람으로 안아주신 날,

나는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그날 갑자기 나타나신 분은 아니었다.


나는 그날 하나님을 처음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내 삶 가까이에 계셨다.


나는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교회를 다녔다.

아빠는 신앙에 열심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열심이 우리 가족에게 따뜻하게 닿지는 않았다.


어린 나는 아빠를 통해 하나님을 이해했고, 교회를 판단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회가 싫어졌고, 하나님도 멀게 느껴졌다.


사춘기가 되면서 그 거리는 더 멀어졌고, 나는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나와 오빠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엄마는 최선을 다해 우리를 키우셨다.


나는 점점 엄마의 편에 서게 되었고,

엄마를 힘들게 했던 아빠를 오래 미워했다.


좋았던 기억은 지워두고, 힘들었던 장면들만 붙잡고 살았다.


엄마는 이혼 후 절에 다니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를 따라 절에도 가고, 108배를 하며, 사경도 했다.


그때의 나에게 종교는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대 끝자락이 되어 직업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안정적인 길을 내려놓고, 성공을 향해 달려갔다.

그 선택 이후 몇 년 동안 쉼 없이 달렸고,

결국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간을 맞이했다.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사람 관계에서도 지쳐갔다.

그때 다시 하나님을 마주하게 되었다.


일을 하며 알게 된 집사님의 권유로

교회 사모님과 심리상담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질문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실 그곳에 가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그전까지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아다니고 있었다.

사람을 찾아다니고, 더 열심히 기도 아닌 기도를 하고, 내 힘으로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이제는 누군가를 따라가는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목사님께 성경공부를 요청했다.

말씀을 배우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처음으로 ‘머리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과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내 발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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