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그대와 내가 인연으로 만나기 위해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바위를 수천 번, 수만 번 스치며 흐른다
하늘 오르고, 다시 내려와
끝없이 바위를
스치고 스쳐간다
그렇게
단단한 바위가 조금씩 닳고
아주 작게 깎여
티끌처럼 흩어질 즈음
비로소
사람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
이 삶이란
그 오랜 스침 끝에
겨우 얻은
작은 꽃 한 송이
나는
그 꽃잎 하나 피우기 위해
몇 생을 돌고 돌았을까
아침에 눈을 뜨고
구전설화를 떠올린다
갠지스강 모래알을 쥐어
손톱 위에 남는 건
몇 알일까
그토록 귀한 인연 속에
사람으로 만나
수없이 얽히고,
결과를 낳고,
끊임없는 반복과 윤회
나는 문득
이 손톱 위에
‘다음 생은 얹히고 싶지 않아’
용기 없는 말로 읊조려본다
고통 없는 모래알로
감정 없는 바위로,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싶다
밀려가고, 밀려오며
본능적으로 굴레의 속박을 벗어나
참회도, 맑음도
모든 업보마저 싫은 마음,
나를 향해 비웃듯 다가와 속삭인다
“귀한 사람이 되려 하지 마,
더 이상 인연을 엮지 마”
옷깃 스친 인연조차
결국 무거운 굴레임을 알면서
흘러나온 고뇌의 마음은
삶의 문턱 앞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져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다시 시작될
윤회의 끝에서, 홀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