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나를 마주하다

나와의 화해

by 정온

거리를 걷다, 문득

발걸음 닿은 미술관 앞

예고 없이 나를 마주한다


겹겹의 시간 속에 숨겨진 표정

벽면 가득 덧칠된 그림들

어떤 웃음은 환히 피어나고

어떤 상처는 지울 수 없이 아려온다


빈 공간의 고요한 그림,

형체 없이 비었지만

가장 깊은 침묵으로 나를 부른다

그 속에서 나의 공허와 비로소 마주 선다


세상의 시선들이

저편의 메아리처럼 멀어질 때

오직 그림과 나만의 적막이 흐르고

지워졌다 채워지는 나의 시간을 응시한다


모퉁이를 돌아

흐릿한 그림 한 점,

오래된 슬픔의 윤곽

낯설지만 익숙한 배경


바로 저 형체가

가장 깊은 내 안의 나였음을


묵묵히 고인 눈물이 차오른다


마침내,

과거의 나와 화해하듯